[프라임경제] 아랍에미리트(UAE)가 약 60년 만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에서 탈퇴한다. 생산량 할당제를 둘러싼 갈등이 누적된 가운데 UAE가 독자 노선을 선택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온 산유국 공조 체제에도 균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29일 UAE 국영통신사 WAM에 따르면 UAE는 오는 5월1일부터 OPEC·OPEC+를 공식 탈퇴한다. UAE는 이번 결정에 대해 장기 국가 전략과 경제 비전, 국내 에너지 생산 투자 확대 등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UAE는 1967년 OPEC에 가입한 이후 약 59년간 회원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생산량 할당제를 둘러싼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UAE는 그동안 원유 생산 능력 확대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지만, OPEC+ 감산 체계와 생산 쿼터로 인해 확보한 생산 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로이터통신은 UAE의 이탈이 OPEC+의 시장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 남은 회원국들이 당장 협의체를 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된다. UAE의 탈퇴가 산유국 공조 체제에 타격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단기간에 OPEC+가 와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UAE가 생산량을 독자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되면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 압력이 커질 수 있다. HSBC는 UAE의 탈퇴가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OPEC+의 공급 관리와 생산 쿼터 이행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이번 결정은 OPEC을 향한 미국의 유가 인하 압박과도 맞물려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OPEC과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을 통해 국제 유가를 인위적으로 떠받치고 있다고 비판해왔으며, UAE의 독자 노선은 산유국 공조 체제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다만 중동 지역 긴장과 호르무즈 해협 불안 등 지정학적 변수로 인해 단기 유가 하락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는 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이 제약을 받고 있어, UAE가 당장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UAE의 탈퇴는 최근 OPEC 결속력 약화 흐름과도 맞물린다. 앞서 카타르, 에콰도르, 앙골라 등도 OPEC을 떠난 바 있다. 특히 UAE처럼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해온 산유국이 독자 노선을 택하면서, OPEC이 과거처럼 회원국 생산량을 일률적으로 조정해 유가를 관리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UAE는 이번 탈퇴가 시장 불안을 키우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UAE 정부는 책임 있는 에너지 공급국으로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