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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인하 압박에 중동 리스크까지…제약업계 "이중고"

비대위 긴급 기자회견…R&D 축소·채용 중단 등 위기 징후

박선린 기자 기자  2026.03.10 13: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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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해 제약바이오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업계는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약가 인하까지 겹칠 경우 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 서초구 일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약가 인하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말 약가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산업계와 학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아직까지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급격한 약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제약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정부에 약가 정책과 산업 영향에 대한 공동 연구를 즉각 시작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연구 과제는 약가 인하 정책이 국민 건강과 산업 구조에 미치는 영향 분석, 의약품판촉영업자(CSO) 증가와 수수료 지급 등으로 혼탁해진 의약품 유통 질서 개선 방안, 그리고 제약산업의 지속가능한 선진화 전략 등 세 가지다.

정부는 신규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현재 약 53.55% 수준에서 40%대까지 낮추고, 이미 등재된 의약품 가운데 인하 대상 품목도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국내 상장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안팎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보다 약 10%p 낮춘 48.2% 수준이 한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인한 '4차 오일쇼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산업의 원가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원료의약품 수입 비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 산업 구조상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대규모 약가 인하까지 시행될 경우 기업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 일부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와 설비 확장 계획을 축소하거나 신규 채용을 보류하는 등 이미 긴축 경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낮은 의약품의 경우 품목 허가를 자진 취소하거나 생산 라인 축소를 검토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대위는 약업계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서명운동도 전개하기로 했다. 참여 단체 소속 기업 임직원뿐 아니라 취지에 공감하는 업계 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해 약가 인하 정책이 보건 안보와 제약산업 혁신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취지다.

업계는 특히 정책 결정 과정에서 산업 구조와 기업의 재무 상황을 보다 면밀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공동 연구 제안을 수용해 약 1년 내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재설계한다면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산업 현장의 수용성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