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국내 마약 중독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중독 재발의 원인이 단순한 뇌 기능 저하가 아니라 특정 신경세포 회로의 불균형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마약 중독 환자 800명 돌파…젊은 층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8일 발표한 '2025년 생활 속 질병·진료행위 통계'에 따르면 국내 마약 중독 환자는 2020년 557명에서 2024년 828명으로 증가했다. 4년 사이 271명이 늘어 약 48.7% 증가한 것으로, 환자 수는 1.5배 가까이 확대되며 처음으로 800명을 넘어섰다.
마약 중독은 코카인이나 암페타민과 같은 흥분제, 헤로인·모르핀 등 아편류, 대마초 사용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정신적·행동적 장애를 의미한다. 연령별로 보면 젊은 층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20대 환자는 2020년 115명에서 2024년 275명으로 늘어 139.1% 증가했고, 30대 역시 같은 기간 118명에서 223명으로 89% 증가했다. 10대 환자는 9명에서 28명으로 규모 자체는 작지만 약 세 배로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 환자의 약 63%가 30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나 청년층 중심의 확산이 뚜렷한 상황이다.
◆중독 재발 원인, 단순 뇌 기능 저하 아닌 특정 신경 회로 불균형
마약 중독의 특징 중 하나는 약물을 끊은 뒤에도 재발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장기간 금단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작은 자극이나 환경 변화만으로도 강한 약물 갈망이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이러한 현상이 충동을 조절하는 뇌 영역인 전전두엽 피질(PFC)의 기능 저하 때문에 발생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공동 연구에서는 중독 재발이 단순히 전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라기보다 특정 신경세포가 포함된 뇌 회로의 균형이 무너지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KAIST는 뇌인지과학과 백세범 석좌교수 연구팀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UCSD) 임병국 교수 연구팀이 전전두엽 내 특정 억제성 신경세포가 코카인 중독 행동을 조절하는 핵심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주목한 세포는 '파발부민 양성(Parvalbumin-positive·PV) 억제성 신경세포'다. 이 세포는 다른 신경세포의 활동을 억제해 뇌 신호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며, 일종의 '브레이크 게이트'처럼 작용해 흥분 신호를 조절한다.
연구팀은 만성 약물 노출이 이러한 신경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코카인 투여 실험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전두엽의 억제성 신경세포가 언제 활성화되고 어떤 경로로 신호를 보내는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전전두엽 피질 내 억제성 신경세포의 약 60~70%를 차지하는 PV 세포는 쥐가 코카인을 찾으려 할 때 활발하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더 이상 약물을 찾지 않도록 훈련하는 '소거 훈련(extinction training)'을 진행하자 해당 세포의 활동은 크게 감소했다.
이는 중독으로 인해 형성된 신경 활동이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학습 과정 등을 통해 다시 조절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전두엽 '파발부민 신경세포'가 중독 행동 조절…정밀 치료 가능성 제시
연구팀은 이어 신경 활동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PV 세포의 기능을 억제했다. 그 결과 쥐의 코카인 탐색 행동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됐다. 반대로 이 세포를 활성화할 경우 소거 훈련 이후에도 약물을 다시 찾는 행동이 지속됐다.
이같은 반응은 설탕물과 같은 일반적인 보상 상황에서는 나타나지 않았고 마약과 관련된 행동에서만 관찰됐다. 또한 동일한 억제성 신경세포인 소마토스타틴(SOM) 세포에서는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PV 세포가 마약 중독 행동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PV 세포가 작동하는 뇌 회로도 함께 확인했다. 전전두엽에서 시작된 신호는 보상과 관련된 핵심 영역인 복측피개영역(VTA)으로 전달되며, 이 경로가 약물을 다시 찾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통로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PV 신경세포는 신호 흐름을 조절하며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이 세포가 중독 행동을 유지할지, 억제할지를 결정하는 일종의 '조절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백세범 석좌교수는 "약물 중독은 단순히 뇌 기능이 약해지는 문제가 아니라 특정 신경세포와 신경 회로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PV 신경세포가 중독 행동을 조절하는 핵심 '게이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향후 정밀 표적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