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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치킨 부스러기, 지속 가능 항공유 개발" 황규용 그린다 대표

튀김 부산물→항공연료…인허가·네트워크 수거망·연구개발·표준화가 관건

김우람 기자 기자  2026.02.27 09: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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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가 만든 연료로 운항하는 비행기 안에서 치킨을 먹는 날을 꿈꾼다."

황규용 그린다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시 마포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린다는 튀김 부스러기에서 유분을 회수해 지속가능항공유(SAF) 원료로 쓰는 모델을 만든다. 핵심은 단순 추출이 아니라 인허가, 네트워크수거망, 연구개발, 원료 표준화다. 2022년 설립 이후의 시행착오와 현재의 확장 전략을 들어봤다.


충북 증평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그린다는 튀김부스러기 등 음식물류 폐기물을 수거해 유분을 회수하고, 이를 지속가능항공유(SAF) 원료와 바이오 소재로 연결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회사는 2022년 8월 설립됐으며, 증평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수거 △전처리 △정제 공정을 운영한다. 사업은 서울 등 수도권으로도 확장 중이다.

그린다가 다루는 원료는 음식점 및 대형 구내식당, 식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하는 혼합 부산물이다. 품질 편차가 크다. 조리 습관, 보관 방식, 수거까지 걸리는 시간에 따라 산패 정도가 달라진다. 

그린다는 이 특성을 감안해 단순 추출 기술만을 내세우기보다, 인허가 기반의 합법 처리 체계와 원료 연구개발 및 이력·데이터 관리, 품질 표준화를 핵심 축으로 제시한다. 황 대표는 "우리는 재활용 업체라기보다, 원료 발생부터 납품 규격까지를 잇는 공급망 모델을 만든다"고 말했다.

겉보기에는 친환경 재활용이다. 그러나 인터뷰와 회사 제출 자료를 종합하면 구조는 산업형에 가깝다. 수거, 인허가, 전처리·정제, 규격 대응, 이력 관리, 공급망 운영이 한 세트로 움직인다. 한 구간만 약해도 사업이 흔들린다. 황 대표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도 기술 자체보다 구조였다. 그는 "좋은 일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지만, 결국은 사업이 돼야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다의 초반 전략을 이해하려면 대표 이력이 중요하다. 황 대표는 과거 건축 사업가로 현장을 뛰었다. 대관과 인허가 업무도 오래 경험했다. 그 경험이 지금 사업에서 강점으로 작동했다.

튀김 부스러기는 음식물류 폐기물로 분류된다. 관련 규제 해석이 까다롭다. 시설 허가도 필요하다. 지자체 협의도 뒤따른다. 운영 개시 절차까지 단계가 길다. 황 대표는 "기술 하나로 뚫는 산업이 아니었다. 허가와 운영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했다"고 했다.

초기 설계부터 규제와 운영을 같이 봐야 했다. 입지 검토 단계부터 처리 동선, 보관 방식, 악취·위생 관리가 맞물린다. 설비 배치도 공정 효율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그는 "건축에서 하던 방식처럼, 처음부터 운영될 형태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폐식용유는 이미 시장이 있다. 바이오디젤 원료로 활용된다. 거래 구조도 존재한다. 다만 SAF 혼합 확대 같은 흐름이 본격화될수록 원료 수요는 커진다. 기존 폐식용유만으로 안정적 물량을 맞추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린다가 대체 원료를 찾기 시작한 배경이다.

황 대표는 두 원료를 이렇게 구분했다. "폐식용유는 가격을 올리면 어느 정도 시장에서 구해온다. 튀김 부스러기는 돈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 수거·처리·정제 체계가 있어야 비로소 원료가 된다." 남들이 쉽게 하지 않는 이유가 곧 진입장벽이라는 판단이다.

튀김 부스러기의 핵심 난점은 품질 편차다. 같은 치킨집이라도 수거되는 부스러기 상태는 다르다. 조리 습관이 다르고, 기름 교체 주기도 다르다. 보관 방식, 수거까지 걸리는 시간, 이물질 혼입 여부에 따라 산패 정도가 달라진다. 품질이 흔들리면 공정도 흔들린다.

황 대표는 "빨리 수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품질 관리"라고 말했다. 품질 관리가 공장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발생 현장부터 관리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그린다는 수거를 단순 물류로 보지 않는다. 품질 관리의 첫 단계로 정의한다. 매장 요청부터 회수, 이동·보관·전처리 단계까지 데이터를 남기는 방식도 같은 맥락이다. 운영 효율을 넘어 원료 이력과 품질 안정화를 위한 장치로 작동한다. 분리배출 기준을 지키지 않거나 이물질 혼입이 잦은 거래처는 수거를 중단하는 원칙도 둔다. 물량보다 기준을 우선하는 방식이다.

한편 그린다는 성장 과정에서 GS벤처스, 디쓰리쥬빌리, 씨엔티테크, 블루포인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또 사업성을 인정받아 시너지IB(대표 이건영)가 운영하는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 마포'에 입주해 성장 지원을 받고 있다.

튀김 부스러기에서 기름을 짜내는 것만으로는 산업 원료가 되지 않는다. 전처리와 정제로 불순물을 제거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정유사와 연료 밸류체인이 요구하는 규격을 맞춰야 납품이 가능해진다.


황 대표는 SAF 원료의 품질 기준이 더 까다롭다고 했다. 그는 "추출은 시작일 뿐이다. 납품 가능한 규격으로 표준화하지 못하면 시장에 못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린다가 반복해서 '표준화'를 강조하는 이유다.

그린다 모델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추출 후 남는 고형분까지 사업 구조에 넣으려는 시도다. 기름을 회수한 뒤 남는 잔재물(슬러지)을 사료, 생분해 비닐, 멀칭 필름 등으로 연결하는 방향을 설명했다.

이 부분은 환경적 메시지를 넘어 경제성과 직결된다. 황 대표는 "친환경도 수익 구조가 없으면 지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좋은 취지보다 먼저 '계속할 수 있는 모델'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린다는 수거 실적을 탄소 저감이나 ESG 성과 데이터로 전환해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기업 입장에서는 '처리했다'는 사실보다 '얼마나 줄였는지'를 증빙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 수거부터 처리까지 남는 이력 데이터는 그 지점에서 가치로 바뀐다.

그린다는 2026년을 기점으로 확장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 단위 수거 네트워크 확대, 생산 역량 확대, SAF 원료 공정 고도화가 큰 줄기다. AI 기반 품질 분석 및 수율 예측, 자동화 설비 도입, 스마트팩토리 체계 강화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해외 진출 구상도 원료 수출보다 운영 모델 패키지화에 가깝다. 수거 시스템과 정제 기술, 운영 프로세스를 묶어 진출하는 방식이다.


그린다를 '튀김 부스러기로 연료를 만드는 스타트업'으로만 부르면 핵심이 흐려진다. 수거와 인허가, 표준화, 규격 대응, 이력 데이터가 동시에 맞물린다. 결국 "전국의 돈까스, 치킨집이 망하면 우리도 망한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원료가 현장에 있고, 사업의 성패도 현장과 묶여 있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린다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방향은 분명하다. 물량 확대보다 기준을 먼저 세운다. 품질 관리와 데이터 기반 운영 표준을 정교하게 만든다. 이 전략이 작동한다면, 그린다는 '자원순환 스타트업' 범주를 넘어 국내 SAF 원료 공급망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