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시경제는 늘 현장에서 시작된다. 자금과 판로, 인력과 수출까지. 기업이 마주한 과제는 매우 복합적이다. 그래서 지역의 경제지원기관은 단순한 사업 집행을 넘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해외 주요 도시들은 이미 그 길을 먼저 걸었다. 런던은 도시브랜드와 기업유치를 하나로 묶었다. 'London & Partners'는 도시 성장 전략으로 세계적 모델이 됐다. 아일랜드는 IDA를 통해 구글, 애플 같은 글로벌기업을 끌어오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재투자까지 이끄는 'Aftercare 전략'으로 국가 성장의 동력을 만들었다. 바르셀로나 역시 'Barcelona Activa'를 중심으로 창업과 고용을 연결하며 ‘도시형 성장기관’의 전형을 보여줬다.
부산경제진흥원(BEPA. 이하 진흥원) 송복철 원장이 내세운 기관의 방향도 이와 닮아 있다. 그는 진흥원을 "부산경제의 미래를 준비하는 종합지원 플랫폼"으로 규정한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산업과 성장, 국토 균형 발전을 함께 묶는 정책 기조를 강조하는 흐름 속에서, 지역 경제기관의 역할 역시 단순 집행을 넘어 ‘성장 플랫폼’으로 재정의되는 국면이다.
송 원장은 행정고시 37회로 중앙부처와 지방정부를 두루 거친 경제 전문 관료다. 통계청 경제통계국장, 기획재정부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 관리단장, 부산시 경제특별보좌관을 거쳐 진흥원장에 오른 그는 숫자와 현장을 동시에 경험한 행정가다.
■ 정부 최우수 평가·5368명 고용창출…"당장 실적보다 성장경로 설계"
송 원장이 강조하는 키워드 역시 ‘성과’보다 ‘구조’에 가깝다. 그는 지난해를 돌아보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생산이 개선되고 있었지만, 부산경제는 그 회복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지표는 개선돼도 현장 온도는 더디다. 통계의 언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체감’을 강조하는 이유다. 진흥원은 중기·소상공인이 실제로 매출과 고용에서 변화를 느끼도록 판로개척과 일자리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해 진흥원 사업을 통해 5368명의 고용이 창출됐고, 청년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돕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송 원장은 "고용은 지역경제에 직접 닿는 핵심 지표"라며 "청년뿐 아니라 중장년층 일자리 문제 역시 공공과 기업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CES 부산관' 최고혁신상…수출·투자 443건, 2800만달러 계약추진
진흥원의 지난해 성과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중기·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국내외 온·오프라인 마케팅과 판로개척을 집중 지원한 결과 약 254억 원의 매출 성과를 거뒀고, 글로벌 계약추진액은 1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기재부 시절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을 맡으며 재정의 흐름을 다뤘던 송 원장은 "지원은 예산 집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CES 부산관’ 운영은 부산 기업의 글로벌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총 28개 기업이 참가해 443건의 수출·투자 상담을 진행했고, 약 2800만달러 규모의 계약 추진 성과를 거뒀다. 혁신상 수상기업도 13개사(최고혁신상 2개 포함)에 이른다.
송 원장은 "CES는 단발성 전시가 아니라 글로벌 진출의 출발점"이라며 "상담 성과가 실제 수출과 투자로 이어지도록 후속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해수부 이전…"해양·물류 산업 집적의 기회"
이재명 정부의 해양수산부 이전은 부산에 또 다른 전환점이다. 정책과 산업, 관련 기관·기업이 부산으로 집적되면서 해양산업 전반의 지원체계가 새롭게 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 경제특보를 지내며 정책과 산업의 접점을 다뤘던 송 원장은 "해수부 이전은 단순한 행정 이전이 아니라 해양정책과 기업수요가 연결되는 기회"라고 본다.
진흥원은 ‘해양수산전략 TF’를 구성해 해양·물류·수산 분야 맞춤형 지원사업을 본격 기획할 방침이다. 기업 수요기반 사업 발굴, R&D·컨설팅·판로 지원 연계, 유관기관 협력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이다.
■ 북극항로와 AI…"부산 재도약의 결정적 창"
송 원장은 부산경제의 기회를 ‘두 개의 흐름’으로 압축했다. 북극항로 시대의 개막, 그리고 AI 기술 발전이다. 그는 "AI·빅데이터·양자 등 핵심기술을 물류·해양·금융·관광과 접목해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발굴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해양기자재, 자동차·부품, 철강 등 부산의 주력 산업 역시 디지털 전환과 첨단 기술 접목을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진단이다.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계해 산업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이 돼야 한다"
현재 부산경제의 기반은 중기·소상공인이다. 송 원장은 "민생경제의 핵심기반인 소상공인을 위기 대응과 성장지원으로 함께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원기관을 넘어 성장기관으로" 송 원장이 그리는 BEPA의 다음 역할은 부산경제의 ‘미래 지도’를 그리는 일에 가깝다. 지난해 청년 고용 창출과 CES 부산관 성과, 해양수산 전략 TF는 부산형 성장경로가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주요 도시들이 투자유치와 창업, 일자리를 하나의 경제허브로 통합해온 것처럼, 부산 역시 지원을 넘어 도약의 틀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북극항로와 AI라는 전환 속에서 부산 재도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 중앙부처와 현장을 모두 경험한 송 원장이 어떤 성장 플랫폼을 완성해낼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