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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입차 속 보이는 할인마케팅

유경훈 기자 기자  2006.03.27 14: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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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 할인 판매가 아닌 고객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모 수입차 업체의  한 임원은 동종 업계에서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자동차 할인 판매를‘고객지원 마케팅'이라 설명하려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지금 국내 수입차 시장은 업체들간 출혈에 가까운 할인판매 경쟁이 한 달 넘게 진행되고 있다.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기본으로 취득세와 등록세를 면제해 주는가 하면, 비록 현금 구매란 단서가 붙긴 했지만 '국내 차 쏘나타 한대 가격(N20 기본형)'과 맞먹는 돈을 깎아주는 업체까지 생겨났다.

여기에 300만원이 넘는 내비게이션을 덤으로 제공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소비자가 차 한 대로 누릴 수 있는 할인혜택은 자그마치 2000만원이 넘는다.

최근 1~2년 새 수입차 시장이 갑자기 비대해지다보니 시장 선점에 쐬기를 박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가격파괴 秘策(비책)'을 빼들을 수 있지만, 그 폭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크다는 점에서 의혹의 눈길을 거둘 수가 없다.

수입차는 200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소수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면서 부의 상징이 돼 왔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수입차는 크고 값이 비쌀수록 귀한 대접을 받고, 이런 현상은 또 수입차의 가격을 천정부지로 높여 놨다.  '수입차=고가'란 말이 사회 깊숙이 뿌리 박혀 상식 아닌 상식으로 굳어진지도 이미 오래다.

이러한 것이 구실이 돼 현재에도 국내에서 거래되는 수입차 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보다도 평균 40% 가량 비싼 편이다. 심지어는 두 배 이상 가격차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랬던 수입차 업계가 웬일인지 한 달 전부터 선물까지 듬뿍 안기며 전에 못 보던 가격 할인경쟁을 벌이고 나섰다. 차 값 할인 폭도 작게는 400만원에서 많게는 1762만원까지 실로 엄청나다.

차 한대를 팔아 얻는 이윤이 얼마나 많기에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작금의 판매 경쟁은 수입차 업계가 “지금의 수입차 가격에는 거품이 잔뜩 끼어 있어, 이 많은 돈을 깎아 주고도 남는 게 많다”는 것을 자인했다는 게 솔직한 심정 아닐까.

그동안 수입차 업계는 소비자들의 가격 할인 요구에 대해 각종 세금 등을 핑계 대며 맞서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입차 시장이 약간 침체기를 보이자 서슴없이‘가격할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금의 수입차 가격이 제대로된 것이라면 쉽게 할수 있는 행동이 못된다.

수입차 업계가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가격표를 가지고 정석 마케팅(?)을 구사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