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캐즘 속 '탈그룹' 통했다, 현대모비스 글로벌 수주 13조원↑

다양한 첨단 제품 포트폴리오가 수주 실적 견인…올해 목표는 17조원 규모

노병우 기자 기자  2026.02.02 15:28:4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전기차 캐즘(Chasm)으로 글로벌 완성차업계 전반이 보수적 투자 기조로 돌아선 가운데 현대모비스(012330)가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약 91억7000만달러(한화 약 13조2000억원)의 수주를 기록하며, 당초 목표였던 74억5000만달러를 23% 초과 달성했다.

단순한 목표 초과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전동화 전환 속도가 둔화되고 신차 프로젝트가 잇따라 연기되는 상황에서도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기술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번 수주 성과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시장 환경이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와 금리 부담, 정책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전동화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신차 계획이 재조정되는 상황에서 부품사의 신규 수주 역시 위축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럼에도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핵심부품 △고부가 전장부품 △신흥시장 맞춤 전략이라는 세 갈래 전략을 통해 오히려 수주 외연을 넓혔다. 이는 단기 프로젝트성 수주가 아니라, 장기 공급 계약을 전제로 한 구조적 수주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수주 성과의 중심에는 북미와 유럽의 메이저 완성차업체가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해당 지역 고객사로부터 배터리시스템(BSA)과 섀시모듈 등 전동화·모듈 핵심부품 공급 계약을 잇달아 확보했다. 계약 관례상 구체적인 고객명과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체 수주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SA와 섀시모듈은 단순 부품이 아니다. 생산설비와 물류체계 구축이 동반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통상 10~20년 이상 장기 계약으로 이어진다.

현대모비스가 수주 잔고의 질을 강조하는 이유다. 과거 2005년 크라이슬러(현 스텔란티스)에 섀시모듈을 공급하며 20년 넘게 협력 관계를 이어온 사례는 이번 수주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님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전장부품 분야 역시 수주 확대의 한 축을 담당했다. 현대모비스는 북미 완성차업체로부터 차세대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 사람과 기계(자동차)간의 통신을 통해 각종 주행정보를 제공하는 표시장치)를 수주했고, 특정 세단 전문 브랜드에는 사운드시스템 공급을 추가로 확보했다.

그동안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자국 브랜드 중심의 전장 시스템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HMI, 사운드 시스템 등에서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이런 장벽을 넘었다는 평가다. 특히 차세대 HMI는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톱 티어(Top tier) 제품으로 육성 중인 핵심 전장부품으로, 추가 수주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

이는 현대모비스의 사업 구조가 전동화 편중에서 벗어나 전장 중심의 고부가 포트폴리오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신흥시장 성과다. 현대모비스는 중국과 인도에서 △제동 △조향 △안전부품 등 핵심부품 공급선을 확대하며 고객사를 다변화했다. 인도에서는 로컬 완성차 브랜드의 점유율 확대 흐름에 맞춰 맞춤형 부품 공급 전략을 펼쳤고, 중국에서는 로컬 전기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차별화된 소싱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를 확보했다.


글로벌 메이저 시장과 신흥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글로벌 수주 목표로 총 118억4000만달러(약 17조1000억원)를 제시했다.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수치로, 핵심부품 수주 89억7000만달러에 더해 대규모 모듈 수주까지 포함한 목표다.

전동화 전환 속도 둔화라는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이를 이유로 보수적 전략을 택하기보다 기술 경쟁력을 앞세운 선별적 공격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재목 현대모비스 글로벌영업담당 전무는 "올해에도 불투명한 대외 환경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동화와 전장 등 핵심부품 경쟁력을 앞세워 전년 실적을 뛰어넘는 수주활동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수주 성과는 현대모비스가 단순한 그룹 내 부품 공급사를 넘어, 글로벌 완성차시장에서 독자적 경쟁력을 갖춘 시스템 공급사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기차 캐즘이라는 구조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주가 늘었다는 점은 △기술 △포트폴리오 △지역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대모비스의 다음 과제는 이 수주 성과를 수익성 개선과 사업 구조 고도화로 어떻게 연결하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