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더불어민주당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의 재판 개입 혐의에 유죄가 선고된 것과 관련해 "법치 회복의 서막"이라고 평가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30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서울고법이 사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직권남용 유죄를 인정한 것은 그 어떤 권력도 헌법이 보장한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라며 "무너진 사법 신뢰를 복원하려는 사법부 스스로의 통렬한 자기 고백"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1심이 '직무 권한이 없으므로 남용도 없다'는 형식 논리로 사법농단의 핵심 인물들에게 면죄부를 줬던 것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권위를 앞세워 하급심의 헌법적 판단(한정위헌 제청)을 조직적으로 가로막은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법행정권이라는 외피를 두른 재판 개입과 재판 검열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범죄였음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이 사법농단 전모를 밝히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고도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재판 거래의 실체와 법관 사찰, 비위 은폐 등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많다"며 "진정한 사법 독립은 잘못에 대한 분명한 책임 추궁과 성역 없는 진상 규명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과거의 잘못을 완전히 도려내는 전면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련자들 역시 판결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국민 앞에 겸허히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원칙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원칙이 다시는 훼손되지 않도록,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고 법치의 회복을 완수하는 데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4-1부(박혜선 오영상 임종효 고법판사)는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병대(68) 전 대법관에게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고영환 전 대법관은 무죄를 받았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재판 개입에 대한 직권남용 성립 범위를 넓게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일부 하급심 판단에 개입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공모해 한정위헌 취지 결정 사건 등 재판에 개입해 법관의 정당한 재판권 행사를 방해했고,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재판 개입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 독립은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없이는 법치주의 유지가 어렵다"며 "피고인들이 개인적 이득을 위한 부정한 의도가 아니라 헌법재판소와의 관계에서 사법부의 위상을 제고하려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범행으로 인한 재판독립 훼손, 공정재판의 의심이 초래됐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 취임 후 임기 6년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고 전 대법관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19년 2월 총 47가지 혐의를 적용해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했다.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던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도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2024년 1월 1심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고 전 대법관의 모든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