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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비전 펄스'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겨냥

장애물 통과 UWB 전파 활용해 10㎝ 오차까지 해결…"브랜드 철학 담은 기술"

노병우 기자 기자  2026.01.29 15: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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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가 주행 안전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기술을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비전 펄스(Vision Pulse)'는 단순한 신규 센싱 기술이 아니다. 이 기술이 겨냥하는 대상은 △카메라 △레이다 △라이다로 대표되는 기존 주행 안전 기술이 끝내 해결하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위험, 즉 장애물 뒤에 가려진 사각지대다.

현대차·기아는 UWB(Ultra-Wide Band) 전파를 활용해 장애물 너머의 객체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최대 100m 범위에서 약 10㎝ 오차 수준까지 접근 위험을 예측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행 안전 기술의 무게중심을 보이는 것을 인식하는 기술에서 보이지 않아도 인지하는 기술로 옮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주행 안전 기술의 주류는 카메라·레이다·라이다를 결합한 센서 융합 방식이다. 문제는 이들 센서가 모두 직접 시야(line of sight)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건물, 대형 차량, 구조물에 가려진 상황에서는 기술적 한계가 명확하다.

비전 펄스는 이 지점을 UWB라는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공략했다. UWB는 초광대역 전파를 사용해 회절과 투과 특성이 뛰어나며, 장애물이 많은 도심 교차로에서도 상대 객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1~5ms(밀리초, 1000분의 1초) 수준의 빠른 통신 속도와 99% 이상의 탐지 성능을 결합해 실시간 위험 예측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특히 이 기술은 차량에 이미 적용된 UWB 모듈(디지털 키 2)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별도의 고가 센서 추가 없이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술적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비전 펄스의 전략적 가치는 비용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차·기아는 이 기술을 통해 레이다·라이다 등 고가 센서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주행 안전 보조 기능의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단순한 부품 절감이 아니라 안전 기술의 확장 가능성을 높이는 선택이다. 고가 센서에 의존하는 방식은 기술 고도화와 함께 차량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UWB 기반 접근은 안전기술을 더 많은 차급과 용도에 적용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비전 펄스의 활용 범위는 자동차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대차·기아는 지게차 등 산업 모빌리티에 이 기술을 적용해 작업자와의 충돌을 방지하는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며, 재난상황에서 매몰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구조 지원 기술로도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유치원 통학 버스와 아이들 키링에 비전 펄스를 적용한 시범사례는 이 기술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휴대할 수 있도록 수호신 캐릭터 키링 형태로 설계하고, 수면 무드등 기능을 더해 충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 점은 기술을 현장에 안착시키는 방식까지 고민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기아는 2025년부터 기아 PBV 컨버전센터 생산 라인과 부산항만공사 항만 현장에 비전 펄스를 시범 적용하며 실증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공개를 넘어 현장검증을 통한 확장 전략을 염두에 둔 행보다.

산업 현장은 시야 확보가 어려운 구조와 다수의 이동 객체가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비전 펄스가 지향하는 사각지대 인식 기술의 시험 무대라 할 수 있다.

비전 펄스의 본질은 감지가 아니라 예측이다. 현대차·기아는 다수의 객체가 고속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도 각각의 위치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단순 경고를 넘어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계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주행 안전 기술이 인식→대응 단계에서 예측→예방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비전 펄스는 다른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대차·기아의 철학이 담긴 기술이다"라며 "무한한 활용성을 가진 기술인만큼 산업의 경계를 넘어 더 많은 분야에서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전 펄스는 더 많은 센서를 얹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센서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안전의 범위를 확장하는 기술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을 인식하고, 차량 밖의 사람과 산업현장까지 안전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이 접근은 현대차·기아가 전동화와 SDV 시대에 추구하는 기술 철학과 맞닿아 있다.

주행 안전 기술의 경쟁이 성능을 넘어 구조와 방향의 경쟁으로 이동하는 시점에서, 비전 펄스는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