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가 2025년 경영실적을 통해 '외형 성장은 유지됐지만, 수익의 질은 흔들렸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
미국 관세라는 구조적 리스크 속에서도 연초 제시한 가이던스를 지켜냈다는 점은 분명 성과지만, 4분기 실적이 보여준 수익성 압박은 2026년을 향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현대차는 2025년 IFRS 연결 기준으로 도매 판매 413만8389대, 매출액 186조2545억원, 영업이익 11조4679억원, 당기순이익 10조36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판매 대수는 0.1% 감소했지만, 매출은 6.3% 증가했다. 물량과 매출이 역방향으로 움직인 구조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해 9월 제시했던 2025년 연간 가이던스(매출 성장률 +5.0~6.0%, 영업이익률 6.0~7.0%)를 매출과 수익성 모두에서 충족시킨 결과다. 실제 2025년 영업이익률은 6.2%로 집계됐다.
다만 이 성과는 판매 확장에 따른 성장이라기보다,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과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우호적인 환율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5% 감소하며,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절대 이익 규모는 약 2조7000억원 축소됐다.
2025년 현대차의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대비 27.0% 증가한 96만1812대였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63만4990대, 전기차는 27만5669대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하이브리드 비중이다. 순수 전기차 성장 둔화 국면 속에서 하이브리드가 실적 안정판 역할을 수행하며, 북미와 선진 시장에서 수익성 방어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는 전기차 단일 성장 전략의 변동성을 완충할 수 있는 현대차의 수익 방어 구조가 실제 실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별로 보면 해외 판매는 전년 대비 0.3% 감소한 342만5435대에 그쳤지만 미국 시장은 예외였다. 현대차는 2025년 미국에서 100만6613대를 판매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도매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9%다.
SUV 중심의 라인업과 HEV 판매 확대가 주효했지만, 이 성과는 동시에 관세 리스크의 직접적인 노출 구간이 확대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판매 비중이 높아질수록 관세·인센티브·환율 변동에 따른 실적 변동성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구조적 부담은 2025년 4분기 실적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4분기 도매 판매는 103만304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국내는 영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6.3% 줄었고, 해외 역시 유럽·아태 지역 수요 둔화로 전체 해외 판매가 2.4%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분기 매출액은 46조8386억원으로 0.5% 증가했다. 하이브리드 및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과 원·달러 평균 환율 상승(1451원, 전년 대비 +3.9%)이 매출 방어 역할을 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4분기 영업이익은 1조69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9% 급감했고, 영업이익률은 3.6%까지 하락했다.
매출 원가율은 관세와 글로벌 인센티브 증가 영향으로 83.3%까지 상승하며 전년 대비 2.8%포인트 악화됐다. 판관비율은 컨틴전시 플랜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13.1%로 낮아졌지만,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4분기 실적은 판매 감소보다 비용 구조 변화가 수익성을 훼손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가 설명했듯, 4분기에는 25% 관세율이 적용된 재고 판매가 본격 반영되며 관세 인하 효과가 제한적으로 작동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방어에 성공했지만, 분기 기준으로는 관세 부담이 실적을 직접 압박한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차가 제시한 2026년 가이던스는 눈에 띄게 보수적이다. 연간 도매판매 목표는 415만8300대, 매출 성장률은 1.0~2.0%, 영업이익률 목표는 6.3~7.3%다. 물량 확대보다는 수익성 회복과 안정화에 방점이 찍힌 가이던스다. 이는 2025년 4분기 실적이 보여준 구조적 부담을 감안한 현실적인 설정으로 해석된다.
2026년 투자 계획 역시 같은 방향성을 드러낸다. 현대차는 △R&D 7조4000억원 △설비투자 9조원 △전략투자 1조4000억원 총 17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투자의 핵심은 HEV·EREV를 포함한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와 SDV 전환이다. 이는 전기차 단일 성장에 대한 베팅이 아니라 수익성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한 방어적 투자 전략으로 읽힌다.
관세 영향으로 2025년 지배주주귀속순이익은 전년 대비 약 25% 감소했지만, 현대차는 연간 주당 1만원 배당을 유지했다. 1~3분기 누계 배당 7500원에 더해 기말 배당 2500원을 지급하며 배당성향은 27.7%를 기록했다. 여기에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2026년 전량 소각 계획까지 포함되며, 총주주환원율(TSR) 35% 이상 달성 기조를 이어갔다.
현대차의 2025년 실적은 위기 속에서 체력을 확인한 한 해였다. 판매는 정체됐지만 매출과 이익률 가이던스를 지켜냈고, 하이브리드 중심의 믹스 전략은 실질적인 방어 효과를 입증했다. 그러나 4분기 실적이 보여준 수익성 급락은 관세·인센티브 환경에서 기존 구조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2026년은 이제 얼마나 팔았느냐보다, 얼마나 남겼느냐를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해다. 현대차가 제시한 보수적인 가이던스와 투자 전략은 그 시험대가 이미 시작됐음을 말해준다. 2026년 실적은 이 전략이 '방어'에 그칠지 '전환'으로 이어질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