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K증권이 비상장사인 무궁화신탁 주식을 담보로 개인에게 1000억원대 대출을 집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상장 주식담보대출과 관련한 증권사 내부통제와 업계 관행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SK증권은 내부 규정에 따른 적법한 절차였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전반에서는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개인 대상 거액 대출 자체를 매우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비상장 주식 담보로 1300억원대 익스포저
SK증권은 지난 2023년 6월 무궁화신탁 오너인 오창석 회장에게 해당 신탁사 주식을 담보로 15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주선하면서, 이 가운데 약 869억원을 직접 집행했다. 이후 해당 대출을 구조화해 기관과 개인 고객에게 약 440억원을 재판매(셀다운)하면서 총 익스포저는 1300억원대에 달했다.
담보로 제공된 자산은 오 회장이 보유한 무궁화신탁 경영권 지분(50%+1주)이다. 그러나 대출 집행 약 5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무궁화신탁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고, 비상장 주식 특성상 반대매매를 통한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대출 회수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원금을 상환받지 못하자, SK증권은 고객 투자금의 30%에 해당하는 132억원을 가지급금 형태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사회 미의결 논란…SK증권 "위원회 승인 구조"
논란의 핵심은 대출 승인 과정과 내부통제 여부다. 일각에서는 자기자본 대비 대규모 익스포저가 발생한 거래임에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SK증권은 해당 대출이 이사회 규정에 따라 위임받은 리스크관리집행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승인됐다는 입장이다.
SK증권 관계자는 "이사회 직접 의결이 필요한 사안은 아니었으며, 내부 규정에 따른 승인 절차를 거쳐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비상장 주식담보대출과 관련해는 "진행 이전부터 다른 증권사들의 규정과 사례가 존재했다"며 "전례가 전혀 없는 구조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SK증권은 담보 가치 산정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자체 평가가 아닌 국내 대형 회계법인과 평가기관을 통해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했고, 평가액 대비 담보 비율도 160~205% 수준으로 설정해 담보 여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차주의 NCR이 300%를 하회하거나 담보 지분율이 과반(50%+1주) 밑으로 떨어질 경우 즉시 EOD를 선언하고 유질권 행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제재 조항도 계약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객 투자금은 선순위로 한정하고, 후순위 위험은 회사가 대부분 부담하는 구조로 설계해 안정성을 보강했으며, 내부 검토 결과 불완전판매로 판단할 만한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업계 "비상장 주식담보 대출, 개인 대상으론 극히 제한적"
다만 업계 전반의 시각은 다르다. 대형 증권사와 중소 증권사 관계자들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개인 대상 대출 자체를 매우 제한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 대상 상장주식담보 대출조차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상장 주식은 담보 가치 평가와 회수 가능성이 모두 어렵기 때문에 100억원 이상 대규모 거래를 실제로 집행한 전례 자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 역시 "개인에게 상장 주식담보 대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데,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거액이 집행된 사례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전했다.
◆ 금융당국 "제도상 가능…내부 규정 준수 여부가 핵심"
금융당국 역시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자체가 현행 규정상 일률적으로 금지된 거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담보대출은 각 증권사의 내부 규정과 리스크 관리 체계에 따라 취급 여부가 판단되는 사안"이라며 "이사회 직접 의결 여부보다는 내부 규정에 따른 승인 절차가 적정했는지가 감독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거래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인 단계로, 구체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이번 논란은 개별 거래의 적법성 여부를 넘어, 비상장 주식담보대출과 같은 구조적 리스크를 증권사가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래의 위법성 여부를 단정하기보다는, 비상장 주식담보대출이라는 금융기법을 둘러싼 시장의 인식과 관행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SK증권은 "고객, 주주 그리고 구성원들의 믿음과 바람에 좀 더 다가가는 신실한 투자 파트너가 되기 위해 정성과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겠다"며 "고의로 대출관련 사실을 은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제도적 허용 범위와 실제 운용 관행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가 향후 과제로 남았다"며 "금감원의 적정성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