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남편이 비트코인으로 돈 벌었다고 자랑하더니, 이혼 얘기 나오자 ‘다 날렸다’고만 합니다. 코인은 재산분할이 되긴 하나요?" 요즘 상담에서 가상화폐는 더 이상 낯선 자산이 아니다. 다만 주식계좌처럼 한눈에 드러나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분쟁이 시작되면 대화가 곧장 "없다"와 "있었다"의 말싸움으로 흐르기 쉽다.
코인은 숨기기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흔적이 남는 자산이기도 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가상화폐를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대상으로 어떻게 특정하고 어떤 순서로 추적·입증할 것인지이다.
고양시 일산에 사는 A씨는 배우자와 별거 중이다. 상대방은 김포시에 거주하면서 파주시로 출퇴근한다. 결혼 생활 내내 상대방은 비트코인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수익이 났다"며 기분 좋게 말하던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이번 달은 시원치 않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런데 이혼 이야기가 오가자 태도가 달라졌다.
A씨가 재산 정리를 꺼내자 상대방은 짧게 말했다. "코인은 다 날렸어. 남은 거 없어." A씨는 그 말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코인은 예금처럼 잔고가 바로 찍히는 자산이 아니고, 주식처럼 계좌만 보면 정리되는 구조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가상화폐를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대상으로 특정하고, 추적·입증해 나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혼인 중에 형성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 재산분할은 현금이나 부동산만 나누는 절차가 아니라, 혼인 중 공동생활 속에서 형성된 경제적 성과를 정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코인이 눈에 보이지 않거나 가격이 출렁인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이 아니다"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여기서부터가 진짜 쟁점이다. 코인은 "나눌 수 있냐 없냐"가 아니라 "언제의 가치를 기준으로 얼마로 볼 것이냐"로 싸움이 옮겨간다. 코인의 변동성은 정산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일 뿐, 정산을 못 하게 하는 이유는 아니다.
그렇다면 A씨처럼 "없다"는 말만 듣는 상황에서 코인은 어떻게 특정할 수 있을까. 핵심은 코인 자체를 붙잡기보다 돈의 흐름을 먼저 붙잡는 데 있다.
코인은 화면 속 숫자이지만, 그 숫자가 만들어지는 길은 결국 원화 입금과 출금, 그리고 생활 속 지출로 연결된다. 코인을 샀다면 거래소로 원화가 들어갔고, 코인을 팔았다면 원화가 다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코인이 없다"는 주장보다 먼저 "코인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바닥에 깔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실무에서 힘을 발휘하는 방법이 국내 거래소에 대한 사실조회다. 코인 재산분할 분쟁은 결국 ‘기준시점에 얼마가 있었는지’와 ‘어디로 사라졌는지’가 쟁점이 되므로, 상대방이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거래소에 회원가입 여부, 원화 입출금 내역, 거래내역, 보유잔고, 지갑 전송 내역을 특정 기간으로 정해 조회해 두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계정 정리나 자산 이동, 보관기간 문제로 자료가 확보되지 않거나 추적 난도가 급격히 올라가므로, 소송 초기에 절차를 통해 흔적을 선점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대방이 국내 거래소를 썼다면 거래내역과 잔고 내역이 비교적 정리된 형태로 남는 경우가 많다. 지갑 전송이나 해외거래소 이동 같은 말이 나오면, 그 말 자체가 단서가 되기도 한다. 코인을 했던 시기와 맞물려 갑자기 고가 소비가 늘거나 대출이 상환되거나 현금성 지출이 증가했다면 "정말 다 잃었나"를 의심해 볼 여지도 생긴다.
무엇보다 코인 문제는 말싸움을 길게 할수록 "없다"는 말이 단단해지기 쉽다. 자료를 정리해 절차 위에 올리는 순간부터 상대방의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코인을 특정해 추적하는 작업은 일반인이 혼자 진행하기에는 난이도가 높다. 거래소 이용 여부를 가늠한 뒤, 원화 입출금 흐름과 지갑 전송 정황을 맞추고, 적절한 시점에 사실조회 등 절차를 병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응 시기를 놓치면 없어 보이게 만들기 쉬운 자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례처럼 코인 재산분할이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초기에 이혼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것을 적극 추천한다.
코인은 숨기기 쉬워 보여도, 흔적이 남는 자산이다. 이혼소송에서 비트코인은 "있다 없다" 말싸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핵심은 언제 기준으로 얼마로 볼지, 그리고 어떤 순서로 자료를 모을지이다.
거래소 기록과 원화 입출금 흐름을 먼저 잡아두면 "다 날렸다"는 말도 검증할 수 있다. 결국 코인은 화면 속에서는 숨을 수 있어도, 이혼소송의 재산분할 정산에서는 빠져나갈 수 없다.
김광웅 변호사(이혼전문) /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37기 수료/ 세무사 /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