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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반복됐고, 대가는 참혹했다" 산림청, 산불 앞에서 무너진 대한민국, 이제는 달라진다

산림청, 수리온 '3톤 괴물 물탱크'로 산불 대응 패러다임 전면 전환

오영태 기자 기자  2026.01.28 15: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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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25년,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초대형 산불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번진 화마는 강원과 영남을 넘어 한반도 전역을 위협했고, 기존 산불 대응 체계의 한계는 국민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할 수 없다"는 사회적 요구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그로부터 1년, 산림청이 반복된 참사를 끊기 위한 결정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산 헬기 수리온(KUH-1)이 3톤급 팽창식 물탱크를 장착하며 산불 진화 주력기로 완전히 거듭난 것이다.

그동안 산림청의 핵심 전력은 러시아산 카모프(Ka-32) 헬기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부품 수급이 끊기면서 정비 불능 사태가 현실이 됐고, 가동률 저하는 곧 산불 대응 공백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대체 전력이었다. 수리온은 국산 헬기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낮은 지상고 탓에 대용량 물탱크 장착이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국산이지만 대안'에 머물러야 했던 이유다.

산림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 한계를 정면 돌파했다. 호주 공중소방 전문기업 헬리탁(Helitak)과의 협력을 통해, 평상시에는 접혀 있다가 담수 시 주머니처럼 팽창하는 트랜스포머형 3톤 물탱크를 실전에 투입했다.


기존 대비 담수량은 50% 이상 증가, 험준한 산악지형과 강풍 속에서도 안정적인 투하가 가능해졌다. 수리온은 더 이상 '차선'이 아니라 산불 진화의 주력기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개량의 핵심은 단순한 '물의 양'이 아니다. 24시간 작전 능력이 결정적 변화다. 기계식 조종 체계로 야간 비행이 제한됐던 카모프와 달리, 수리온은 디지털 항공전자 시스템을 탑재해 야간·연무·연기 속에서도 정밀 작전이 가능하다.

산불 확산의 분수령이 되는 야간 시간대 대응 공백을 처음으로 메운 셈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대형 산불은 밤에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며 "야간 진화 능력 확보는 반복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최소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3톤급 물탱크는 산불 진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재선충 방제, 농업 방제 등 광역 살포가 필요한 산림 재난 대응에서도 압도적 효율을 보인다. 특히, 인력 접근이 어려운 급경사지와 산림 내부 방제에서 수리온은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산림청은 2027년까지 관련 장비 설치를 마무리하고, 소방·방제 겸용 헬기 도입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수리온 소방 헬기 전력화는 국내 대응을 넘어 글로벌 시장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이미 이라크가 수리온 소방 헬기 도입을 결정했고, 러시아제 헬기에 의존하던 국가들이 대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수리온은 가장 저렴하면서도 가장 안정적인 소방 헬기"라며 "기후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 K-방산이 재난 대응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한다.

2025년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준비 부족과 의존 구조, 그리고 결단의 지연이 만든 인재(人災)에 가까웠다. 산림청은 이번 수리온 개량을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3톤의 물을 싣고 하늘을 가르는 수리온은 이제 단순한 헬기가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 강산을 지키는 최후의 방패이자 새로운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