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아(000270)가 2025년 4분기 실적을 통해 수익성 회복의 실마리를 드러냈다.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관세와 경쟁 비용 증가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의 해석은 분명하다. 외형 성장은 유지했고, 수익성은 다시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4분기 기아의 글로벌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한 76만3200대(도매 기준)로 집계됐다. 국내 판매는 13만3097대, 해외 판매는 63만103대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에 따른 연말 수요 공백이 영향을 미치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반면 해외 시장은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중심 판매가 늘고, 인도 시장에서 쏘넷을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되며 전년과 유사한 수준(+0.2%)을 유지했다. 지역별로 온도 차는 있었지만, 글로벌 판매 규모 자체는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기아는 28일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28조877억원 △영업이익 1조8425억원 △당기순이익 1조470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2.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6.6%로 집계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이익 감소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기아는 이번 분기를 3분기 이후 이어진 수익성 회복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핵심 변수는 미국 관세와 친환경차 판매 확대였다.
4분기 매출 증가의 배경은 분명하다. 글로벌 판매량은 소폭 줄었지만,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했다. 친환경차 비중 확대와 환율 효과가 맞물리며 외형을 끌어올렸다. 특히 미국 하이브리드, 서유럽 전기차 수요가 매출 성장을 뒷받침했다.
반면 이익 측면에서는 부담이 컸다. 미국 관세율은 지난해 11월부터 15%로 조정됐다. 다만 기존 재고 영향으로 실제 판매 기준에서는 약 두 달간 25% 관세 부담이 반영됐다. 여기에 북미·유럽 시장에서 인센티브 경쟁이 심화되며 비용 압박이 커졌다.
그 결과 매출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9%포인트 상승한 81.7%, 판매관리비율은 11.8%로 집계됐다.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따라오지 못한 구조다.
이익 하락을 일정 부분 상쇄한 것은 친환경차였다. 4분기 친환경차 판매는 18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12만1000대로 20% 이상 늘었다. 미국 시장에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카니발 하이브리드 판매가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3.9%로 상승했다. 특히 서유럽에서는 친환경차 비중이 49.8%에 달했다. 기아의 외형 성장을 떠받치는 축이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간 기준으로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2025년 연간 매출은 114조140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판매는 313만5873대다. 다만 영업이익은 9조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감소했다. 외형은 사상 최대, 이익은 조정 국면이라는 이중 구조다.
기아는 2026년 가이던스로 △매출 122조3000억원 △영업이익 10조2000억원 △영업이익률 8.3%를 제시했다. 판매 목표는 335만대로 전년 대비 6.8% 증가다. 수익성 회복을 전제로 한 공격적인 목표치다.
이 가이던스의 전제는 명확하다. 첫째, 친환경차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을 통해 ASP를 끌어올린다. 둘째, 관세와 인센티브 부담 속에서도 비용 구조를 관리한다. 셋째, 지역별 전략 차별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분산시킨다.
미국에서는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신차,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에 방점을 찍었고, 유럽에서는 EV2를 시작으로 △EV3 △EV4 △EV5로 이어지는 대중화 전기차 풀 라인업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도에서는 프리미엄 SUV 중심 전략을 이어간다.
눈에 띄는 대목은 주주환원이다. 기아는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당 배당금을 6800원으로 늘렸다. 주주환원율은 35%로 확대했다. 이는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이익 체력 회복에 대한 경영진의 자신감을 반영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기아는 2025년을 밸류업 정책의 원년으로 규정하고, 올해 4월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주주 및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익의 변동성보다 구조적 경쟁력에 대한 평가를 받겠다는 메시지에 가깝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기아가 마주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관세와 경쟁 비용이라는 외부 변수는 여전히 부담이지만,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한 가격 구조 개선이 외형을 지탱하고 있다. 수익성은 일시적으로 눌렸지만, 회복의 조건은 분명해지고 있다.
기아의 다음 과제는 명확하다. 늘어난 매출을 다시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2026년 가이던스는 그 질문에 대한 기아의 답변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