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가 CNN 인터내셔널 커머셜(CNN International Commercial, 이하 CNNIC)과 함께 한국 문화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선보인다.
신규 CNN 오리지널 시리즈 '케이-에브리띵(K-Everything)'은 한국 문화 전반을 조명하는 4부작 콘텐츠로, 현대차가 단독 후원사로 참여한다. CNN 오리지널 시리즈 역사상 브랜드가 협업 파트너로 참여하는 첫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문화 콘텐츠 후원을 넘어, 현대차가 글로벌 브랜드로서 어떤 서사와 가치에 자신을 연결시키려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자동차 기업이 한국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글로벌 다큐멘터리에 참여한 배경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지점이다.
현대차와 CNN이 함께 기획한 케이-에브리띵은 K-팝이나 K-드라마 같은 개별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음악(Music), 영화(Film), 음식(Food), 뷰티(Beauty)라는 네 가지 영역을 통해 한국 문화가 만들어낸 창의성과 그 배경을 탐구한다. 한국 문화가 어떻게 세계적 공감을 형성해왔는지, 그 동력과 맥락을 짚는 구조다.
이 선택은 전략적이다. 이미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적으로 소비되는 K-콘텐츠가 아니라, 그 콘텐츠를 가능하게 만든 문화적 토대를 이야기함으로써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가능한 영향력에 방점을 찍는다. 현대차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 현대차는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자동차나 기술, 제품 메시지를 앞세우지도 않는다. 대신 현대차는 제작 파트너로서 콘텐츠의 완성도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방식이다.
브랜드가 메시지를 직접 말하는 대신,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환경을 만드는 전략이다. CNN이라는 신뢰도 높은 글로벌 미디어와의 협업 그리고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은 이 전략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플랫폼이다.
총괄 프로듀서이자 진행자로 참여한 배우 겸 감독인 대니얼 대 킴(Daniel Dae Kim)은 아시아 문화와 정체성을 꾸준히 조명해온 인물이다. 여기에 에피소드마다 가수 태양, 배우 이병헌, 한국인 최초 미쉐린 3스타 셰프 코리 리(Corey Lee), 슈퍼모델 아이린 킴(Irene Kim)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참여한다.
이 구성은 스타 파워를 활용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각 영역에서 한국 문화가 어떻게 세계와 연결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특히 음식, 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을 포함시킨 점은 한국 문화가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의 감각과 경험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오랫동안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를 브랜드 비전으로 제시해왔다. 기술과 이동 수단을 넘어, 인류의 삶과 문화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케이-에브리띵 후원은 이 비전을 글로벌 무대에서 구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과거 비저너리스(Visionaries), 세이브드 바이 더 퓨처(Saved by the Future) 등 CNN과의 협업 프로젝트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대차는 기술 혁신이나 미래 산업을 넘어 사람과 문화, 창의성을 중심에 둔 서사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의 혁신과 성장의 여정을 함께 해온 기업으로서 한국 문화가 가진 창의성과 위상을 CNN 오리지널 시리즈 특유의 깊이 있고 진정성 있는 시각으로 탐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영감을 주고 문화적 교류를 촉진하는 콘텐츠 후원은 현대차의 비전인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를 실천하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현대차가 자신을 한국 문화의 대표로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한국 문화의 성장 과정과 가치에 동반자로 자리 잡는다. 이는 국가 브랜드와 기업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연결하기보다, 공통의 서사를 공유하는 방식에 가깝다.
케이-에브리띵은 현대차가 글로벌시장에서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역할을 찾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문화의 확장과 함께 브랜드의 좌표를 재설정하려는 시도다.
이번 협업은 일회성 캠페인으로 끝나기보다는, 현대차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떤 언어를 선택하고 어떤 가치와 연결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CNN이라는 플랫폼, 다큐멘터리라는 형식 그리고 한국 문화라는 주제는 모두 그 방향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