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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재편' 현대모비스, 시작은 '램프사업' 정리

OP모빌리티와 램프사업 거래 MOU 체결…세부 사항 향후 협의 통해 확정

노병우 기자 기자  2026.01.27 17: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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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모비스(012330)가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인 OP모빌리티와 램프사업부문 거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올해 상반기 본 계약 체결을 목표로 협상에 착수했으며, 거래 구조와 규모를 비롯한 세부 사항은 향후 협의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OP모빌리티는 전 세계 28개국에 150곳의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연 매출은 116.5억유로(약 20조, 2024년 기준)에 달하며, 램프사업을 핵심 성장 축으로 설정한 대표적인 전문 부품사다.

표면적으로는 사업 효율화와 선택과 집중이라는 표현이 붙는다. 그러나 이 거래의 핵심은 단순한 사업 정리가 아니다. 현대모비스가 미래 경쟁력을 어디에 두고, 어디서 빠지기로 결정했는지를 드러내는 포트폴리오 재편의 출발점에 가깝다.

핵심은 시점과 대상이 모두 램프사업에 맞춰졌다는 점이다. 램프는 현대모비스에게 결코 실패한 사업이 아니다. 완성차 고객 기반이 명확하고, 글로벌 양산 경험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모비스는 이 사업을 핵심이 아닌 조정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전동화, 자율주행, 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 재편되는 국면에서 램프는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전형적인 규모 산업으로 분류된다.

반면 현대모비스가 반복적으로 강조해온 미래 핵심 영역은 △전장 △소프트웨어 △통합 시스템 등이다. 선택은 명확하다.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모든 영역을 동시에 가져갈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번 거래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으로 성장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자른 결정이다.

주목할 부분은 현대모비스가 램프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OP모빌리티와의 거래 구조를 택했다는 점이다. OP모빌리티는 램프사업을 핵심 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글로벌 생산 거점과 고객 네트워크를 이미 구축한 기업이다.

이는 현대모비스 입장에서 사업을 버리는 선택이 아니라,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주체에게 사업을 이전하는 방식에 가깝다. 동시에 기존 고객과 공급망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번 MOU는 구조조정이라기보다 포지셔닝 재정렬에 가깝다. '이 사업을 더 잘할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현대모비스의 답이 OP모빌리티였다는 의미다.

현대모비스는 OP모빌리티와의 결합을 통해 램프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고 설명한다. 램프사업부는 고객 다각화와 포트폴리오 확장 효과를, OP모빌리티는 한국 시장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계기를 각각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사 램프사업부문의 결합을 통해 사업 볼륨을 키우고,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강조해온 선택과 집중의 목적은 비용절감이 아니다. 핵심은 리소스의 이동이다. 램프사업에서 빠져나온 인력과 자본, 조직의 역량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가 진짜 질문이다.

현대모비스가 투자자 대상 설명회 등을 통해 일관되게 제시해온 방향은 분명하다. 고부가가치 전장부품과 소프트웨어, 통합 시스템 중심으로 매출 구조를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램프사업 거래는 그 기조가 선언을 넘어 실제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번 결정은 단기 실적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다. 현대모비스가 스스로를 전통 부품 종합사가 아닌 미래 모빌리티 기술 기업으로 재정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램프사업 정리는 그 방향 전환의 출발점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