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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전기차 경쟁, 볼보자동차는 어디를 겨냥했나

'EX60' 세계 최초 공개…"전동화 전환에 남아 있던 모든 장벽 제거"

노병우 기자 기자  2026.01.22 13: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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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볼보자동차가 중형 전기 SUV 시장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2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EX60'은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 전략 모델이다. 

글로벌 최대 전기차 격전지로 꼽히는 중형 세그먼트에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SUV를 투입하며, 볼보는 전동화 경쟁의 중심으로 직접 진입했다.

◆'중형 SUV'라는 전략·주행가능거리 810㎞

EX60이 포진한 중형 SUV 세그먼트는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다. 패밀리카 수요, 장거리 주행, 가격 민감도까지 모두 겹치는 구간인 만큼, 전동화 전환의 속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볼보자동차는 이 시장에 내연기관의 대체재가 아닌, 전기차 자체의 완성도를 앞세운 모델을 투입했다.


EX60은 5인승 패밀리 SUV를 기본 전제로 설계됐다. 주행거리, 충전속도, 공간활용성, 안전까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만들던 요소들을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하칸 사무엘손(Håkan Samuelsson) 볼보자동차 CEO는 “전동화 전환에 남아 있던 모든 장벽을 제거했다"고 언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EX60은 사륜구동 기준 최대 810㎞(WLTP)의 주행가능거리를 제공한다. 이는 볼보 전기차 가운데 가장 긴 수치이자, 최근 공개된 동급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도 상위권에 해당한다. 여기에  400㎾ 급속충전 시스템을 통해 10분 충전으로 최대 340㎞를 주행할 수 있다.

이 수치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기록 경신이 아니다. 충전시간을 '주행 전 준비'가 아닌 '짧은 휴식' 수준으로 끌어내리면서, 전기차 사용 패턴 자체를 내연기관 차량에 가깝게 재구성했다는 점에 있다. 볼보는 주행거리 불안이라는 전기차의 구조적 약점을 기술적으로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


파워트레인은 AWD 기반의 P12, P10 모델과 후륜구동 P6 모델로 구성되며, 모든 트림에 10년 배터리 보증을 제공한다. 이는 전동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전면에 드러낸 선택이다.

◆SPA3·휴긴코어, 볼보의 전기차 전용 체질

EX60은 차세대 전기차 아키텍처 SPA3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기존 플랫폼의 확장이 아닌, 전동화를 전제로 설계된 구조다. 셀-투-바디(Cell-to-Body), 메가 캐스팅(Mega Casting), 자체 개발 전기모터와 배터리 셀 설계가 결합되며, 생산 효율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이 구조의 중심에는 볼보의 새로운 핵심 시스템 '휴긴코어(HuginCore)'가 자리한다. 휴긴코어는 단순한 제어 유닛이라기 보다, 차량의 △안전 △주행 △사용자 경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코어 컴퓨팅 시스템이다. 데이터 처리와 활용을 통해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고 반응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를 통해 EX60은 볼보 전기차 라인업 가운데 가장 낮은 탄소발자국을 달성했다. 성능 경쟁을 넘어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전기차 아키텍처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전기차다운 합리성…'대화하는 차' 진화

EX60의 디자인은 볼보 특유의 스칸디나비안 미니멀리즘을 전동화 시대에 맞게 재해석했다. 공기저항계수 0.26을 달성한 외형은 주행거리 확보를 위한 기능적 접근의 결과다. 낮은 전면부와 완만한 루프라인, 점진적으로 좁아지는 측면 디자인은 효율을 우선에 둔 설계 철학을 보여준다.

실내는 긴 휠베이스와 평평한 바닥 구조를 바탕으로 2열 공간과 적재능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바워스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과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애플 뮤직을 결합해 이동공간의 질을 끌어올렸다.


EX60은 볼보 역사상 가장 지능적인 모델로 정의된다. 구글, 엔비디아, 퀄컴과의 협업을 통해 차량의 연산 능력과 응답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특히 볼보 최초로 구글의 AI 어시스턴트 제미나이(Gemini)를 탑재해 명령어 중심의 음성 제어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다.

빠른 화면 반응 속도, 실시간 지도 데이터 활용, 향상된 음성인식 성능은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전' 브랜드 정체성…라인업 확장 예고

안전은 여전히 볼보의 핵심 정체성이다. EX60은 기존의 충돌 테스트 기준을 넘어서는 내부 안전 기준에 따라 개발됐다. 휴긴코어 기반 센서 시스템은 차량 주변 환경을 지속적으로 분석하며, OTA 업데이트를 통해 안전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멀티 어댑티브 안전벨트(Multi-Adaptive Safety Belt)는 탑승자의 신체 조건과 자세에 따라 보호 강도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보론강 안전 케이지와 결합해 물리적 보호와 데이터 기반 안전을 동시에 강화했다.

볼보는 EX60과 함께 전기 크로스오버 SUV EX60 크로스컨트리를 공개하며 라인업 확장도 예고했다. 지상고를 높이고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험로 대응 능력을 강화했으며, 크로스컨트리 전용 디자인 요소를 더해 전동화 시대에도 볼보 특유의 아웃도어 감성을 유지했다.

◆전기차 경쟁의 다음 국면

EX60은 봄부터 스웨덴에서 생산돼 유럽 시장을 시작으로 고객인도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 도입 시점은 미정이지만, EX60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전기차 경쟁은 이제 가격이나 보조금 중심에서 벗어나, 주행 경험과 신뢰성, 안전 기준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볼보 EX60은 새로운 세그먼트를 만드는 차가 아니다. 대신, 중형 전기 SUV가 갖춰야 할 기준을 다시 쓰는 모델이다. 전동화 시대의 주류 시장을 향한 볼보의 승부수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