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순자산 320조원 시대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중견 운용사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이들은 특화 테마 상품과 브랜드 리뉴얼을 앞세우며 '브랜드 권위'가 아닌 '상품 기획력'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내 ETF 시장 규모는 326조2353억원으로 전년 동기(180조9334억원) 대비 약 80.3% 급증했다. 하지만 삼성·미래·한국투자신탁·KB운용 등 상위 대형사들의 지배력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120일 89.2%에 달했던 빅4의 합산 점유율은 1년 만에 86.3%로 2.9%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이 35.8%에서 32.4%로 3.4%포인트 급락하며 상위권 판도 변화를 주도했다.
반면 신한·한화·NH-Amundi·키움자산운용 등 중견 운용사들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ACE)은 빅4 중 유일하게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이며 점유율을 7.6%에서 8.4%로 0.8%포인트 끌어올려 대조를 이뤘다.
이러한 지각변동의 중심에는 중견 운용사들의 매서운 역습이 자리 잡고 있다. 신한(SOL)·한화(PLUS)·NH-Amundi(HANARO)·키움(Kiwoom) 등 5~8위권 운용사들은 대형사가 점유율 방어를 위해 초저가 수수료 전쟁에 매몰된 사이, 개인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테마형 상품으로 시장의 파이를 빠르게 빼앗아 왔다.
실제 이들 중견사들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10%대 초반에서 올해 13.7%까지 치솟으며 대형사들의 점유율 하락분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가장 독보적인 성과를 낸 곳은 신한자산운용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순자산을 121.8%나 불리며 상위 5개사 중 유일하게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점유율을 4.06%까지 끌어올렸다.
'SOL 조선TOP3플러스'는 순자산 2조883억원을 기록하며 중견사 테마형 상품 중 처음으로 2조원 고지를 밟았다. IMO 환경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폭발과 조선업의 '제2 슈퍼사이클' 진입에 따른 실적 개선이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모은 핵심 동력이다.
브랜드를 'PLUS'로 전면 개편한 한화자산운용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PLUS 고배당주(1조9417억원)'과 'PLUS K방산(1조4901억원)' 등 1조원대 메가 ETF를 잇달아 배출하며 6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 또한 '원자력'과 'K-푸드' 등 그룹의 강점을 살린 특화 테마로 중위권 전쟁의 핵심축으로 부상했다. 특히 'HANARO 원자력iSelect'는 지난해 연간 175.29%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순자산 5904억원을 돌파, 국내 원자력 테마 ETF 중 최대 규모로 올라섰다.
이와 함께 키움투자자산운용은 'KIWOOM 200TR(1조4944억원)' 등 지수형 상품을 기반으로 업계 8위 자리를 공고히 했으며,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1조1856억원)' 등 메가 액티브 ETF를 잇달아 탄생시키며 중견사의 저력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대형사의 브랜드 권위가 지배하던 시장이 상품 기획력 중심의 '춘추전국시대'로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대형사들이 지수형 상품 보수를 0.00%대로 낮추며 장기 자금을 묶어두는 방어 전략에 집중하는 사이, 중견사들은 조선·방산·원자력·AI 등 명확한 스토리를 가진 상품으로 '개미'들의 자금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견사들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맞춘 상품을 잘 찾아 솔루션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보수 인하 경쟁은 마케팅적 측면이 강한 만큼, 결국 수익률을 담보할 수 있는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320조원 시대의 승자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