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수요 둔화와 전동화 전환의 부담을 동시에 안고 흔들렸던 2025년, 폭스바겐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적표를 내놨다. 전 세계 차량 인도량은 473만대로 전년 대비 1.4% 감소에 그쳤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정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지역별 흐름과 차급별 구성을 들여다보면 의미는 달라진다.
폭스바겐은 유럽과 남미에서 각각 5.1%, 18.5%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브랜드의 핵심 기반을 재확인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전기와 내연기관을 병행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수요를 지탱하며 브랜드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했다.
독일 시장에서의 성과는 상징성이 크다. 독일연방교통국(KBA)에 따르면 폭스바겐 브랜드는 2025년 독일 전체 시장에서 19.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자국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했다는 점은 브랜드 충성도와 제품 경쟁력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런 성과는 특정 차종의 반짝 흥행보다는 폭스바겐이 구축해 온 라인업 전반의 균형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동화 부문에서도 폭스바겐은 점진적이지만 분명한 진전을 보였다. 2025년 전 세계에서 인도된 순수 전기차는 약 38만2000대로, 전체 인도량의 8.1%를 차지했다. 특히 유럽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유럽 전체 전기차 인도량은 전년 대비 49.1% 증가한 약 24만7900대를 기록했다.
독일 내 전기차 인도량 역시 9만3800대로 60% 이상 늘었다. 이는 폭스바겐의 전동화 전략이 일부 지역에서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성장의 중심에는 ID.7이 있다. ID.7은 독일에서만 약 3만5000대가 인도되며 132%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유럽 전체에서도 7만6600대가 판매되며 빠르게 핵심 모델로 자리 잡았다. 중형 이상급 전기차 시장에서 주력 모델이 부재하다는 지적을 해소한 사례로 평가된다.
내연기관과 전동화를 잇는 또 하나의 축은 SUV다. 2025년 폭스바겐 SUV 모델의 글로벌 인도량은 전년 대비 5.3% 증가했고, 브랜드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SUV 비중이 78.5%에 달하며 지역별 수요 특성에 정확히 대응했다.
유럽에서는 티록이 가장 많이 팔린 SUV로 이름을 올렸다. 2세대 모델 출시 이후 20만1995대가 인도되며 안정적인 수요를 이어갔다. 신규 모델 타이론 역시 글로벌시장에서 6만대 이상 인도되며 포트폴리오 확장의 역할을 수행했다.
마틴 샌더(Martin Sander) 폭스바겐 승용 부문 마케팅·세일즈·AS 총괄은 "2025년 실적은 브랜드 전략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입증했다"며 "2026년에도 전반적인 시장 환경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새롭고 매력적인 제품 포트폴리오와 함께 효율성 및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충분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올해 중국 시장에 10종 이상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의 2025년 실적은 급격한 성장보다 유지의 의미가 더 크다. 전동화 전환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브랜드는 전기차 확대와 기존 주력 차종의 경쟁력을 동시에 관리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유럽에서는 전기와 내연기관이 균형을 이루며 수요를 지탱했고, SUV 라인업은 브랜드 볼륨을 안정적으로 떠받쳤다.
여기에 브랜드 정체성 강화도 병행됐다. 2026년 50주년을 맞는 골프 GTI를 기념해 선보인 골프 GTI 에디션 50은 퍼포먼스 헤리티지를 강조하며 브랜드 서사를 이어가는 역할을 맡는다.
폭스바겐이 473만대라는 숫자로 보여준 것은 압도적인 성장세가 아니다. 불확실성이 지배한 시장에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와 전략이었다. 유럽에서의 성과는 그 전략이 아직 유효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