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혜 기자 기자 2026.01.21 14:57:07

이번 협약은 언어 장벽으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발생률이 내국인의 두 배를 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간 주도형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국어 기반 안전보건 교육 콘텐츠를 통해 근로자의 안전 인식을 높이고, 사업주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전년 대비 약 50만명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건설업·농업 분야에서 인력난이 심화되며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제조업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45%를 넘어섰으며, 부울경 지역에는 2025년 말 기준 약 12만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가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서도 2025년 농업 종사자의 71%가 65세 이상 고령자로 집계되며, 외국인 계절근로자 없이는 영농이 어려운 현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이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연간 12만명 수준으로 확대했지만, 장기 체류와 고용 구조의 고착화로 산업재해 위험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 발생률은 내국인의 2.1배에 달한다. 특히 베트남, 네팔, 우즈베키스탄 출신 근로자가 많은 제조 현장에서는 추락 사고와 기계 협착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어 중심의 안전보건 교육이 실질적인 사고 예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다.
사업장이 법정 안전보건교육을 이행하더라도, 외국인 근로자가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는 최대 징역 1년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례가 잇따르며 현장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학춘 이사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타국에서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 가족이 겪는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자 종교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GK아너스 권혁관 대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스리랑카 정부와의 계절근로자 초청사업과 연계해 선순환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ESG 탄소중립연구원은 베트남어, 태국어, 스리랑카어, 우즈베크어, 네팔어, 영어 등 국내 외국인 근로자의 95% 이상을 대상으로 20개 국어 산업안전보건·중대재해 예방 교육 콘텐츠를 개발했다. 해당 교육은 온라인 방식으로 제공되며, 수료자에게는 노동부 기준의 안전보건교육 수료증이 발급된다. GK아너스는 이를 전국 제조업체, 조선업계, 건설업체 등 외국인 고용 사업장에 보급할 예정이다.
특히 조선·선박·물류 산업이 밀집한 부울경 지역은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인구 유출이 심화되는 메가시티 구상 속에서 산업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이번 협약의 의미는 더욱 크다는 평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민간 주도로 추진되는 외국어 안전보건 교육 모델이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을 경우 전국 단위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산재 예방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지원과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안전보건 조치를 넘어, 저출산·고령화 시대 한국이 '다문화 노동 사회'로 전환하는 첫걸음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울경에서 시작된 이 협력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