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둘러싼 최근 사태를 계기로,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그 전략적 의미가 다시 국제 무대 위로 올라왔다. 1970년대 이전까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는 미국계 석유기업들이 깊숙이 관여해 있었고, 이후 국유화를 통해 국영석유회사 PDVSA가 출범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자 핵심 정제 파트너였다.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미국 정유 산업의 퍼즐 조각이었다. 전환점은 2000년대 초였고, 우고 차베즈 정부는 석유 산업에 대한 국가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외국 석유기업과의 계약 조건을 바꾸고, 세금과 로열티를 인상하며, 경영권을 정부 손에 쥐려 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기술과 자본이 빠져나간 자리에 정치만 남았고, PDVSA는 정유·유통·설비 유지 능력을 상실했다. 석유는 있었지만 팔 수 없었고, 가공할 수 없었으며, 돈으로 바꿀 수도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어야 한다.
원유는 모두 같은 원유가 아니다. 원유는 크게 경질유, 중질유, 그리고 초중질유로 나뉘며, 베네수엘라에서 나오는 원유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초중질유다. 점도가 높고 불순물이 많아 그대로는 사용할 수 없고, 반드시 고도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부산물이 발생한다.
미국 걸프만 연안의 정유시설은 바로 이 베네수엘라형 중질·초중질유를 처리하도록 설계돼 왔다. 반면 미국 내 셰일 오일은 상대적으로 가벼워 정제는 쉽지만, 중질유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그래서 미국은 셰일은 수출하고, 중질유는 수입하는 구조를 유지해왔고, 이 지점에서 정치가 개입한다. 미국 정치에서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돈의 흐름, 특히 에너지 가격과 물가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핵심 세력 중에는 전통적인 에너지·정유 산업이 포함돼 있고, 미국 정치에서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돈의 흐름, 특히 에너지 가격과 물가다. 유가가 안정되면 물가는 내려가고, 물가가 내려가면 정권은 힘을 얻는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를 다시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며, 중질·초중질유 투입이 가능해질 경우 미국 걸프만 정유시설의 설비 가동률이 상승하고 고정비 부담이 낮아지면서 정제 단가가 하락한다.
이는 휘발유·디젤 등 석유제품 가격의 구조적 안정으로 연결되고, 더 나아가 정유 마진의 안정은 에너지 기업의 투자 여력을 회복시키며 물류·화학·운송 등 연관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완화한다. 즉, 베네수엘라 원유는 단순히 기름값 하나를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키는 공급 측 정책 수단이 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성과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물가 지표와 소비자 체감 비용이라는 숫자로 증명된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발언 역시 '영토 확장'이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자원·물류를 동시에 고려한 장기적 물가 안정 전략의 상징적 선언에 가깝다.
이런 모든 흐름의 연장선에서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언급한 것은 우발적 발언이 아니며,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차지하려 할 것이다. 이는 영토 확장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자원·해상 물류·안보를 하나의 구조로 결합해 물가를 관리하고 선거 구도를 설계하려는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그린란드는 희토류와 에너지 자원, 북극 항로라는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품고 있고, 특히 희토류는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분야로 그린란드를 확보할 경우 미국은 중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에서 구조적으로 이탈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갖게 된다.
이는 베네수엘라 중질유를 통해 정유 구조를 안정시키려는 시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하나는 에너지 원유의 통제이고 다른 하나는 전략 광물의 통제다. 이 두 축은 공통된 목적을 향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며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억제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구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그 결과 물가 안정은 소비 심리 회복으로 이어지고, 소비 심리는 다시 표심으로 연결된다. 트럼프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며, 에너지 가격 안정 → 물가 안정 → 체감 경기 회복 → 선거 승리로 이어지는 공화당식 승리 공식의 재가동이다.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는 그 퍼즐의 양 끝에 놓여 있다.
(사)동반성장연구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