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시가 신속한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고 시민 재산권 보호, 건설 품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 사항을 정부에 요청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15일 침체된 주택공급 활성화와 공급 여력을 높이기 위한 맞춤형 규제 개선 9건을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선 건의는 △절차 혁신(기간 단축) △공급 활성화(비아파트·소규모 시장 개선) △시민 재산권 보호(조합·정비사업 투명성 강화) △품질·안전 강화(공사 낙찰제도 개선) 등 4개 분야에서 이뤄졌다.
◆공공주택 건립 심의 통합 추진…중복 절차 줄여 공급 속도 높인다
시는 속도감 있는 주택공급을 위해 건립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각종 심의를 통합하고, 중복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공공주택사업 추진 시 사업계획 승인 단계에서 운영되는 공공주택통합심의위원회 통합 심의에 '환경영향평가'와 '소방 성능위주설계 평가'를 포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존에는 평가가 별도 심의돼 사업 계획 승인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를 통합 심의에 포함할 경우, 절차 중복을 해소하고 사업 추진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는 현재 일부 사업에 통합 심의를 허용하는 국회 개정 논의와는 별개로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모든 공공주택사업에 동일하게 환경·소방 평가를 통합 심의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방 성능위주설계 평가 절차 개선도 함께 요청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소방시설법에 따라 건축위원회 심의 이전에 관할 소방서장의 사전 검토를 별도로 받아야 해, 건축허가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시는 이를 건축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함께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시는 건축심의 신청 단계부터 소방 성능위주설계 사전 검토가 병행될 경우, 최대 6개월가량 사업 기간 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유재산 부지에 공공주택을 건설하면서 노후 공공도서관을 재조성하는 복합화 사업을 추진할 경우, 공공도서관 설립 타당성 사전 평가를 면제해 달라고도 제안했다.
현행 도서관법상 공공도서관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다만 공공주택과 함께 건설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절차가 적용돼 신속한 주택 공급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소규모·비아파트 주택 공급 활성화 위한 맞춤형 규제 완화
시는 청년·신혼부부 주거 부담 완화를 위해 침체된 다세대·연립 등 소규모·비아파트 주택 공급 여력을 높일 수 있는 맞춤형 규제 완화도 함께 요청했다.
우선 도시형생활주택(연립·다세대주택)의 주거용 층수 완화 범위를 기존 5층에서 6층까지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시는 주거용 층수가 1개층 늘어날 경우, 소규모 주거용 건축물 공급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규모 주택 공급 여건 개선을 위해 일조권 사선 제한과 인접 건축물 거리 기준 완화도 건의했다. 정북방향 높이 제한은 15m 이하 구간을 1.5m 이상으로 완화하고, 15m 초과 부분은 높이의 2분의 1 이상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같은 대지 내 두 동 이상의 건축물이 마주보는 경우 적용되는 인동 간격 기준도 도시형생활주택뿐 아니라 소규모 공동주택까지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기준은 건축물 높이의 0.5배다. 이를 0.25배로 완화해 주택 공급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일조권 사선제한·인동 기준이 완화될 경우 현재 위반 건축물의 상당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소규모 주택 건설 여건이 개선돼 주택 공급 역시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돼 온 '노후·불량 건축물 산정 기준' 개선도 함께 건의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해당 지역 건축물의 절반 이상이 노후·불량 건축물이어야 정비사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안전 문제로 공공기관이 먼저 매입·철거한 건축물은 산정 대상에서 제외돼 사업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사례가 발생해 왔다.
시는 공공기관이 안전상 선제적으로 매입·철거한 건축물도 노후·불량 건축물 수에 포함해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조합·정비사업 관리 강화…재산권 보호, 건설 품질 향상 위한 제도 개선
시는 주택 공급 활성화뿐 아니라 시민 재산권 보호와 건설 품질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도 정부에 요청했다.
우선 사업 초기 단계부터 위법행위를 보다 강력히 차단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관리·감독 대상에 ‘지역·직장주택조합’을 포함해 달라고 건의했다.
현행 주택법상 지역·직장주택조합은 사업계획 승인 전까지 지자체 지도·감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에 허위·과장 광고 등 위법행위 발생 시 시정명령을 내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시는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담합·비리 등 불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요청했다. 수사 권한이 부여될 경우 행정과 수사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도시정비사업 전반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조합 운영 실태 점검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수사 권한이 없어, 위반 사항이 발생해도 경찰에 수사 의뢰만 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행정 신뢰성 저하 우려가 제기돼 왔다.
중소규모 공사의 품질과 안전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포함됐다. 시는 300억원 이상 지자체 발주 공사에만 적용되던 '종합평가낙찰제'를 100억원 이상 공사까지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지자체 발주 100억원 이상 공사의 상당수가 교량·복합청사 등 공공이용 시설인 만큼, 가격 중심의 적격심사제보다 기술력과 수행 능력을 종합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서울시는 이번 대정부 건의를 통해 신속한 주택 공급과 주택시장 활성화, 시민 재산권 보호가 균형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이준형 서울시 규제혁신기획관은 "주택공급 속도는 시민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다각적인 규제 개선을 통해 시민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재산권을 보호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