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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전쟁③] 국산 체력 싸움, 오래 버티는 자가 승자

단기적인 가격 인하는 한계…각 브랜드 체력·차별화 선택지 싸움

노병우 기자 기자  2026.01.09 09: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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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격이 전기차시장의 중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국산 전기차 브랜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가격 인하 공세가 전기차시장의 기준선을 끌어내리면서, 국산 브랜드 역시 더 이상 '가격 문제를 피해갈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섰다. 

단순히 가격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상품성과 브랜드, 라인업 전략으로 다른 길을 택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전기차시장의 주도권이 갈릴 수 있다.

이 전쟁은 더 이상 수입차만의 싸움이 아니다. 정책이 판을 키웠고, 가격이 경쟁을 촉발한 지금, 국산 전기차 브랜드의 대응 방식이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마지막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테슬라의 기습 할인 이후 전기차시장의 경쟁 구도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보조금을 감안한 실구매가'가 소비자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국산 전기차도 가격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특히 보급형 전기차시장에서는 가격 격차가 곧 판매 격차로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국산 브랜드가 가격만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원가 구조, 국내 생산 비중, 노사 구조, 브랜드 포지셔닝 등 여러 요소가 얽혀 있어 단기적인 가격 인하에는 한계가 있다. 가격을 맞추는 순간,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가격을 맞추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가장 직관적인 대응이다. 보조금 기준선 안으로 확실히 들어오고, 소비자 체감 가격을 낮춰 시장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지속가능성이 문제다. 가격 경쟁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고, 이는 곧 투자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전기차 전쟁의 승자는 가장 싸게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끝까지 버틸 수 있는 구조를 가진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전기차시장은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다. 배터리 기술, 소프트웨어, 플랫폼 고도화 등 중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가격 인하에만 매달리는 전략은 오히려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국산 브랜드가 가격 경쟁을 선택지 중 하나로만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른 선택지는 가격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전략이다. 상품성, 브랜드 신뢰, 라인업 다양화로 경쟁의 축을 옮기는 방식이다. 실제로 국산 브랜드의 경쟁력은 특정 기능의 우위라기보다, 주행 보조·충전 인프라·서비스 네트워크를 국내 생활환경에 맞게 촘촘하게 묶어낸 운영 능력에 있다.

이 전략의 관건은 소비자 설득력이다. 가격 격차를 상쇄할 만큼의 차별화 요소를 얼마나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단순히 '더 좋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왜 그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지금의 전기차 전쟁은 브랜드의 '말하기 능력'까지 시험하는 국면이기도 하다.


현 시점에서 국산 전기차 브랜드의 선택지는 단일하지 않다. 보급형 모델에서는 가격 경쟁을 일부 수용하고, 중·고급 모델에서는 상품성과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는 이원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가격 전쟁에 전면 참전하지 않으면서도, 시장 이탈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가 보유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글로벌 생산 체계, 축적된 브랜드 신뢰도는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한다. 가격 경쟁과 차별화 전략을 병행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넓다는 점에서다.

반면 △르노코리아 △한국GM △KG 모빌리티는 상황이 다르다. 제한된 전기차 라인업과 신차 투입 속도, 생산구조의 제약 속에서 가격 경쟁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을지가 보다 직접적인 과제로 떠오른다. 이들 브랜드는 가격 인하 여력보다는 특정 차급 집중, 보조금 활용 극대화, 혹은 틈새 수요 공략을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서 있다.

같은 국산 브랜드 안에서도 전기차 전쟁을 바라보는 전략적 출발선은 다르다. 이 전쟁이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각 브랜드의 체력과 선택지를 시험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전기차 전쟁은 단기간에 승패가 갈리는 싸움이 아니다. 가격 경쟁은 분명 강력한 무기지만, 그것만으로 시장을 장악하기는 어렵다. 정책 환경은 계속 변하고, 기술 기준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살아남는 브랜드는 가격·상품·전략을 균형 있게 조합한 곳이 될 것이다.

정책이 판을 키웠고, 가격이 불을 붙였다. 이제 마지막 변수는 국산 브랜드의 선택이다. 맞출 것인가, 버틸 것인가. 혹은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갈 것인가. 전기차 전쟁의 향방은 지금 내려지는 이 선택들 위에서 결정될 것이다.

전기차 전쟁은 시작됐다. 그리고 그 결말은 누가 가장 싸게 파느냐가 아니라, 누가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