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오는 3월10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법 시행과 함께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가 확대되고,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면서 건설사의 법적·경영상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8일 건설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그동안 예고 수준에 머물렀던 각종 건설 안전 규제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현장 적용과 평가, 제재 단계로 전환됐다. 노란봉투법 시행은 이러한 흐름의 분기점으로 꼽힌다.
개정안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제3조를 손질한 것으로,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고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파업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요건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이후 손해배상 부담에 놓인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전달한 데서 이름이 붙었다.
여기에 정부의 건설 안전 관련 규제도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 연간 산업재해 사망자가 3명 이상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거나 건설업 등록을 말소할 수 있도록 한 '건설안전 종합대책'이 올해부터 적용된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의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국가계약제도 개선 방안 역시 입법 절차를 거쳐 시행 단계에 들어섰다.
◆안전 규제 강화 속 건설업계, 비용·리스크 관리 시험대
이같은 규제 강화는 법적 책임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공사 중단과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고, 이는 간접비 증가와 인건비 부담 확대, 재작업 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업계에서 '안전관리 역량이 곧 수익성'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배경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약 2% 증가한 269조원 수준으로 반등하고, 전문건설업 계약액도 2026년 105조원으로 약 4%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는 공사비 상승을 반영한 경상금액 기준으로, 실제 물량 회복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건설 경기 침체가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업계는 비용과 리스크 관리에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노란봉투법의 영향은 다른 산업보다 건설업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2026년을 맞아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에서 '안전'은 공통된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건설사 경영진들은 현장 안전을 회사 존속과 직결된 최우선 가치로 규정하며, 사고 예방과 관리 체계 강화를 강조했다. 과거 수주 확대와 외형 성장에 초점을 맞췄던 경영 메시지가 최근에는 리스크 관리와 현장 통제 능력으로 옮겨간 모습이다.
배경에는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이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 사고의 상당수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면서, 원청의 관리 책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건설업은 원청에서 1차 하도급, 다시 2·3차 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어 공정별로 수많은 협력업체가 동시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공정의 노조가 쟁의에 돌입할 경우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실제 산업재해 보고의무 위반 사례에서도 건설업 비중은 높게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2년~2025년 8월) 적발된 산업재해 보고의무 위반 가운데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 1을 넘었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위반 사례도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위반 사례의 대부분이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원청의 하도급 관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에 국토교통부 역시 건설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안전 관리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로서는 하청업체와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건설업, 노란봉투법 시행 후폭풍 경계…교섭·공정 차질 우려
다만 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수많은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건설 현장의 특성상 업체별 교섭이 사실상 어렵고, 개별 단체의 교섭 요구나 파업이 확산될 경우 공기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부분은 '사용자 개념 확대' 조항이다.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한 내용으로, 원청이 하청 노조의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경우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늘어나고, 대체근로 제한 등으로 공정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업이 조선·철강업 등과는 달리 도급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산업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채 원청의 사용자성이 폭넓게 인정될 경우, 현장의 혼란과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최소 1~2년간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