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서민과 취약계층을 금융의 주변부가 아닌 제도권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포용적 금융 대전환'을 본격 추진한다. 단기적 채무 경감에 그치지 않고 금융 접근성, 재기 지원, 금융 안전망을 아우르는 구조 개편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8일 경기도 수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포용적 금융 대전환' 1차 회의를 열고 정책 추진 방향과 세부 과제를 공개했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당국과 서민금융 유관기관, 5대 금융지주,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후 새도약기금과 신용사면 등을 통해 민생위기 극복의 초석이 마련됐다"며 "이제는 금융 소외자와 장기 연체자, 고강도 추심 문제 등에 대한 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 포용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포용적 금융 대전환의 핵심 과제로 △금융 접근성 제고와 금융비용 부담 완화 △연체 차주의 신속한 재기 지원 △금융 안전망 강화를 제시했다. 고금리 구조로 제도권에서 밀려난 중·저신용 차주를 다시 금융 시스템 안으로 복귀시키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 정책서민금융 금리 인하·재원 확충…접근성·안전망 동시 강화
먼저 정책서민금융의 금리를 낮추고 공급을 확대한다. 금융위는 올해 1월부터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상품 금리를 인하했으며, 청년과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 상품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단기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성실 상환 시 금리 인하와 한도 확대를 연계해 제도권 금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크레딧 빌드업’ 구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상시 재원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 금융위는 2027년 출범을 목표로 서민금융진흥원 내에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신설해 금융권의 상시 출연과 정부의 손실 보전 근거를 확보할 계획이다.
해당 기금은 운용계획상 지출금액의 20~30% 범위 내에서 국회 승인 없이도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탄력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출연요율도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연체·추심 구조에 대한 손질도 병행된다. 금융권 자체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고, 소멸시효의 기계적 연장이나 연체채권 반복 매각 등 그간의 관행을 개선한다.
채권추심 시장에 대해서는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해 난립을 막고,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 책임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민간 금융권의 역할도 확대된다. 은행권의 대표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 공급 규모를 중장기적으로 확대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도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금융위는 은행별 포용금융 실적을 평가해 서민금융 출연금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 은행권·금융지주도 동참…5년간 70조원 포용금융 가동
이와 함께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약 70조원 규모의 포용금융 확대 계획을 제시하며 정부 정책을 후방에서 뒷받침한다.
KB금융은 제2금융권과 대부업 이용 차주의 은행권 대환을 중심으로 포용금융을 확대한다.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취약차주의 금리 부담을 낮추고, 채무조정 상담과 연계를 강화해 제도권 금융 안착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신한금융은 성실 상환 유인을 강화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저신용 차주가 성실히 납부한 이자를 원금 상환에 활용하는 구조를 통해 실질적인 채무 부담을 낮추고,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대상 금융 지원도 병행한다.
하나금융은 청년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체감 금리 인하에 나선다. 청년 대상 새희망홀씨 우대금리와 햇살론 이자 캐시백 등을 통해 금융 비용을 낮추고, 단계적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금리 상한을 직접 설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개인 신용대출 재약정 시 연 7% 금리 상한제를 도입하고, 취약차주 대상 긴급 생활비 대출과 은행권 대환 상품을 통해 고금리 구조 완화를 추진한다.
농협금융은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농업인을 중심으로 우대금리와 금융비용 경감 정책을 강화한다. 서민금융 상품 공급을 늘리는 한편, 성실 상환자에 대한 금리 감면을 통해 지역 기반 포용금융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포용적 금융 대전환은 정부·유관기관, 금융권, 금융전문가, 서민·취약계층의 상호 이해와 협업이 중요한 만큼 소통하는 기회를 계속 갖겠다"고 말했다.
이어 "포용적 금융을 위한 3대 과제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세부 방안을 구체화하고, 마련된 개선 방안은 매월 개최되는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