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재건축·재개발 중심 정비사업을 향한 시장 기대감은 2026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신규 택지 공급이 제한적 상황에서 도심 주택 공급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동시에 정책 당국과 시장 역시 중장기 공급 확대 수단으로 공감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사업 성패를 가르는 변수가 사업성이나 자금 조달이 아닌 '인허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국토교통부 및 서울시 주택 공급 통계 등에 의하면 최근 서울 신규 아파트 70~80%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민간 아파트 분양 시장 한정으로는 정비사업 비중은 80% 내외까지 올라간다. 정비사업이 사실상 서울 도심 주택 공급 대부분을 책임지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급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비사업 최대 변수가 분양가, 공사비, 금융 조달 여건 등 사업성 요소였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사업성이 확보된 사업장조차 인허가 단계에서 정체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대와 달리 체감 속도가 느려지는 이유로 행정 절차 병목이 전면에 부상한 모습이다.
재건축 사업은 조합 설립부터 입주까지 평균 13~15년, 재개발 역시 10~12년 이상이 소요되는 구조다. 이 가운데 인허가 단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는 평가가 많다. 통합심의를 비롯해 △교통·환경 영향평가 △도시계획 심의 등 필수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일정 예측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절차 간소화 목표로 도입된 통합심의 제도도 현장에서는 교통·환경·경관·교육 등 다양한 평가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오히려 검토 항목이 늘어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합심의 법정 처리 기한은 6개월이지만, 현장에서는 보완 요구 및 재심의가 반복되며 1년 이상 소요되는 상황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심 정비사업 특성상 교통 혼잡, 환경 영향, 생활 인프라 수용 문제 등 민원이 동반되기 쉽다"라며 " 때문에 지자체 역시 행정 판단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심의 기간 장기화로 이어진다"라고 바라봤다.
결과적으로 사업성은 확보됐지만, 인허가 단계에서 지연되는 '정체 구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허가 지연은 사업 주체에게 직접적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정비사업에 있어 금융비용은 전체 사업비 약 10~20%를 차지한다. 1년 가량 인허가 지연이 발생할 경우 금융비용 증가 및 공사비 상승이 겹치며 사업비가 수백억원 단위로 늘어나는 상황이 자주 나타난다. 이는 조합원 분담금 상승 압력으로 직결되며, 조합 내부 갈등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정비사업 지연은 주택시장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공급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신축 아파트 희소성은 더욱 부각되고, 기존 주택과 신축 간 가격 격차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더군다나 서울 내 입주 5년 이하 신축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사업 지연에 따른 신축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적으로도 정비사업 활성화 필요성은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과거 약 18.5년 수준 정비사업 기간을 13년 안팎으로 단축하는 성과를 도출했으며, 최대 1년 추가 단축을 목표로 인허가 절차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런 변화가 실제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정비사업 상당수가 대규모 사업장으로 구성된 점도 인허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교통·환경 영향 검토 범위는 확대되고, 이해관계자 역시 복잡해진다. 이 과정에서 행정 절차는 자연스럽게 장기화되고, 사업 일정 불확실성은 커진다. 사업성만으로는 공급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이 서울 주택 공급 70~80%를 책임지는 구조에서 인허가 지연은 곧 공급 지연으로 직결된다"라며 "재건축 평균 기간이 13년을 넘기는 상황에서 인허가 단계에서 1~2년 지연은 체감 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정비사업 시장은 '될 것 같지만 늦어지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도심 공급 확대에 대한 필요성과 기대는 여전히 크지만,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허가 절차 효율화 및 행정 부담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정비사업 성패를 점차 시장이 아닌 행정이 좌우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정부 및 지자체 등이 제도 개선을 통해 주택 공급난을 해소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