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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C 시행 눈앞' 모태펀드 '앵커'로 벤처자금 물꼬 트나

상장형 공모펀드로 비상장 투자 대중화 기대…'회수창구' 우려도

김우람 기자 기자  2026.01.07 16: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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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벤처투자 시장의 '돈맥경화'를 뚫어줄 구원투수로 주목받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가 오는 3월 본격 시행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모태펀드를 앞세워 시장 안착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유망 스타트업을 위한 '성장 사다리'가 될지,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창구'로 변질될지를 두고 시장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상장사처럼 거래하는 벤처펀드 'BDC' 출격

BDC는 유망 비상장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상장 펀드다. 개인 투자자는 주식시장에서 BDC 종목을 매수하는 것만으로 소수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비상장사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대출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 민간 자금을 적기에 조달받는 '성장 고속도로'가 생기는 셈이다.

제도적 장치도 촘촘하다. BDC는 자산의 50% 이상을 반드시 벤처기업 등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최소 5년 이상 유지되는 '환매금지형(폐쇄형)' 펀드로 운용된다. 이는 단기 수익에 치중하기보다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기다려주는 '인내하는 자본'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를 위한 세제 혜택은 강력한 유인책이다. 정부는 BDC 투자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을 소득공제해주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펀드 순자산의 100%까지 자금을 차입(레버리지)할 수 있어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폐쇄형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에 상장되어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현금화가 어려운 기존 벤처펀드의 단점을 보완했다. 특히 투자 수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하도록 설계되어, 시세 차익과 꾸준한 배당 소득을 동시에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2026년 모태펀드 예산을 8200억원으로 증액하며 BDC 지원을 공식화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BDC가 도입되면 일반 국민의 자금이 벤처 시장으로 유입되는 상시적인 통로가 마련될 것"이라며 "모태펀드가 앵커 LP로서 초기 위험을 분담해 민간 자본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겠다"고 설명했다.

'손실 전가' 우려에 쏠리는 눈초리

반면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비상장 주식 특유의 '정보 비대칭성'을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는다. 일반 투자자가 투자 대상 기업의 실적이나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민감한 대목은 구주 매입 허용 범위다. BDC가 신주 발행을 통한 기업 성장에 집중하지 않고 기존 벤처캐피털(VC)이나 대주주의 지분을 사주는 데 치중할 경우, 일반 투자자의 자금이 기존 투자자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돕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경계심도 높다. 기존 펀드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 부실 포트폴리오를 BDC로 옮겨 손실을 개인에게 전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객관적 기준이 없는 비상장 주식 가치가 부풀려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 된다"라며  "성과 보수 등 높은 수수료 체계와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이 실질 수익률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정책적 보완·시장 신뢰 확보가 관건

결국 BDC의 성패는 운용사의 투명성과 정부의 촘촘한 감독 체계에 달렸다. 중기부와 금융당국은 BDC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비상장 기업에 의무 투자하도록 하는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미국 BDC 시장이 견고한 이유는 엄격한 자산 평가와 투명한 공시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며 "한국형 BDC가 성공하려면 제도 초기부터 운용사의 책임 투자를 유도할 강력한 가이드라인이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