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26년을 맞아 유통 대기업 총수들이 내놓은 신년사에는 공통적으로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경영환경 인식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실행 의지가 담겼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분절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가운데, 총수들은 "더 이상 준비와 선언의 단계에 머물 수 없다"며 2026년을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분기점으로 규정했다.
특히 이번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혁신'이나 '변화'라는 추상적 표현보다 실행·속도·인공지능(AI)이라는 구체적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유통 산업 전반이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든 만큼, 방향성보다 현장에서의 실행력 차이가 곧 실적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준비는 끝났다"…2026년은 실행으로 답해야 할 해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2026년을 "다시 성장하는 해"로 정의하며, 지난 2~3년간 단행한 혁신적 결단은 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모든 준비는 마쳤다"며 '탑(Top)의 본성'을 회복하고, 시장의 룰을 새로 세우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 전략을 조금씩 개선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사고의 전환과 실행 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CJ(001040)그룹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CJ는 신년사에서 "빠른 실행이 곧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며, K-푸드·K-콘텐츠·K-뷰티 등 K-라이프스타일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가 미래 시장의 승자를 결정한다"며, 의사결정부터 제품 개발, 글로벌 진출, 파트너십 체결에 이르기까지 전 사업 영역에서 실행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롯데그룹 역시 자율성과 실행력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신동빈 회장은 혁신의 필요성이 반복적으로 언급돼 왔지만,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을 짚으며, 2026년에는 계획과 실행 사이의 간극을 반드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장에서 시작되는 작은 변화들이 쌓여야 지속 가능한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속도와 AI, 유통 경쟁력의 기준이 되다
이번 신년사에서 또 하나 두드러진 키워드는 '속도'와 'AI'다. 시장 환경 변화가 빨라질수록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빠르게 시도하고, 신속하게 수정·보완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경영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성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며, 기민한 실행 체계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고객의 입장에서 사소한 불편까지 들여다보며, 필요할 경우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통 산업에서 고객 경험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진 현실을 반영한 대목이다.
AI에 대한 언급도 공통적이다. 신동빈 회장은 AI를 변화를 선도하는 강력한 도구로 규정하며 핵심 경쟁력으로 내재화할 것을 주문했고, CJ 역시 AI 디지털 기술을 사업 현장 전반에 적극 도입해 실행 속도를 앞당겨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 또한 AX(AI 전환) 인프라 투자를 통해 고객 경험 고도화와 업무 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는 더 이상 중장기 과제가 아니라, 현재의 실행력을 끌어올리고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실질적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유통 기업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비용 구조, 고객 경험, 의사결정 속도에서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