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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80조원 시장 열렸다…서울 정비사업 격돌 예고

한강벨트·강남3구 중심 대형 프로젝트 줄줄이 시공사 선정 앞둬

박선린 기자 기자  2026.01.06 10: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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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새해 들어 서울 도시정비시장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이 50조원에 육박한 데 이어, 올해는 성수·압구정·여의도 등 '대어급' 사업장들이 대거 시장에 나오면서 서울 정비사업을 둘러싼 대형 건설사들의 각축전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약 48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2년에 기록한 역대 최대 실적을 넘어선 수준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도 70%를 웃돌았다. 

특히 현대건설(000720)과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이 각각 10조원 안팎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정비사업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 양강 구도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과 장위15구역 등 대형 사업지를 포함해 총 11개 정비사업장에서 약 10조5000억원을 수주하며, 연간 정비사업 수주액 1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정비사업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미 달성한 최대 실적을 넘어서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역시 공격적인 수주 행보를 이어갔다. 한남4구역을 비롯해 총 14개 사업지를 확보하며 약 9조2000억원의 실적을 기록,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재건축·재개발 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만큼, 올해도 같은 기조를 유지하며 정비사업 수주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올해 도시정비사업 규모가 77조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남과 강북 전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되며 수주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수요가 서울과 수도권의 우량 입지에 집중되자, 건설사들 역시 지방보다는 서울 주요 정비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비사업은 수주 이후 착공과 분양, 매출 인식까지 이어지는 기간이 길어 경기 변동성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 차례 수주에 성공하면 최소 3년 이상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서울 핵심 사업지를 둘러싼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올해 시공사 선정을 앞둔 주요 사업지로는 압구정과 여의도, 성수, 목동 등이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만 약 70곳에 달하는 정비사업지가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강남3구에만 약 20조원 규모의 사업 물량이 집중돼 있다.

강북권 역시 대형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가 '강북 전성시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성수와 마포, 용산, 동대문, 노원 등지에서 굵직한 사업들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강북권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도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섰다.

가장 빠른 진행 상황을 보이는 곳은 사업비 약 1조3600억원 규모의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다. 지난해 말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HDC현대산업개발(294870)과 대우건설(047040), DL이앤씨(375500),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금호건설(002990) 등 다수의 대형 건설사가 참석하며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간 맞대결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며, 실제 성사될 경우 2022년 한남2구역 이후 약 3년만의 재대결이 된다.

성수전략정비구역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성수1지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006360),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이 참여했다. 성수2·3지구는 아직 초기 절차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연내 시공사 선정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삼성물산 등 주요 건설사들이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북권 전반에서도 대규모 정비사업이 잇따라 시공사 선정에 나설 전망이다. 미아촉진2구역과 상계촉진3구역, 성산시영, 서빙고 신동아, 중림동 일대, 청량리 미주아파트, 전농13구역 등 서울 곳곳에서 굵직한 사업들이 대기 중이다. 노원과 동대문 일대에서는 노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정비계획 수립과 조합 설립이 잇따르며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강남3구는 올해 정비사업 수주 경쟁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미성·현대·한양아파트를 중심으로 총 6개 구역이 나뉘어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사업이 진행된 2구역은 지난해 9월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송파와 서초에서도 대형 사업지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여의도 일대에서도 대형 재건축 단지들의 시공사 선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이 수주한 대교아파트를 비롯해 삼부아파트와 시범아파트, 진주아파트 등이 대상이다. 이들 사업지에는 삼성물산 외에도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참여를 검토하며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역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체 14개 단지 가운데 일부 단지가 상반기 중 시공사 선정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이며, 삼성물산과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이 주요 단지 수주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수의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만큼 건설사 간 물밑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의 주택공급 활성화 기조가 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로 이어질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규모 주택공급이 가능한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정비사업의 역할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정비사업 외에 뚜렷한 주택공급 대안이 없는 만큼, 규제 완화를 시사하는 정책 신호가 점차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