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수치상 성장세를 보이더라도 체감 경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부문이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부문의 회복세는 제한적이어서 부문 간 회복 격차가 확대되고 체감 경기와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신년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1.8%로 잠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IT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에 그치고 부문 간 회복 격차가 커 체감 경기와의 괴리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장 수치와 국민이 느끼는 경기 사이 간극이 상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이러한 흐름을 'K자형 회복(양극화 양상의 회복)'으로 언급하며 "특정 부문에 편중된 성장과 회복은 결코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신산업 육성을 통한 성장 기반 다변화 등 구조 전환 노력을 지속해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환율에 대해서는 경계와 균형의 시각을 함께 제시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 1400원대 후반까지 상승하며 시장 불안이 커졌지만,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 자체는 과거 위기 국면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순대외채권국으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며 "최근 환율 수준만으로 과거 위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상승이 물가와 내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환율 상승은 물가 압력을 높이고 내수 기업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앞서 언급한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통화정책 운영과 관련해선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신중한 기조를 밝혔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 경로에는 상·하방 위험이 모두 존재하고, 물가 흐름 역시 환율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여러 경제 지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새해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중앙은행으로서의 책임과 각오를 다시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책 당국으로서의 무게감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편중된 성장 구조가 고착되지 않도록 경제 전반의 균형 있는 회복을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국 경제가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