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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노래] 아가에게 - 송골매 ⑪

이상철 위드컨설팅 회장 기자  2026.01.02 12: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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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40여년 전인 1983년도에 송골매가 불러 인기를 모았던 이 노래가 2023년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삽입곡이 되어 환생한 듯하다.

이 드라마는 학교폭력으로 상처받은 주인공이 그 당시 학폭 가해자들을 응징하고 복수해 나가는 전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느덧 복수가 끝난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친구 '주여정'(이도현 분)의 사랑고백을 OST(Original sound track, 작품에 삽입된 음악 전반)로 담아냈다.

온 몸에 상처의 흔적들이 있고, 정신적으로도 피해의식이 심한 드라마속의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을 사랑하겠다는 강하지만 따듯한 연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배우 임예진의 시를 

이 가사는 그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배우 임예진이 20대 초반에 갓 태어난 조카를 첫 대면하고 쓴 시다. 그 당시 송골매 멤버들과 친했던 임예진이 가수 구창모에게 이 시를 주었고 구창모가 곡을 붙여 가사가 되었다. 아기의 순수함과 대면한 마음이 녹아있어 그 당시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던 곡이었다.

김은숙 작가가 이 노래를 마무리 OST로 끌고 온 것은 압권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복수의 흔적이 없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로 처절한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마무리하고 회복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드라마 주인공은 복수를 끝내기 전엔 사랑도 없고,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시체였다. 그녀의 인생은 오직 복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아가에게'란 더 없이 따뜻한 노래를 들려준 건 주인공의 생이 다시 시작됐고, 복수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해피엔딩의 의미다.

또한 깊은 상처에 걸맞는 응징을 이룩한 사람의 미래성을 던지기 위해 구구절절 원망도, 분노도, 투쟁도 없는 순진무구한 사랑표현만을 담은 OST를 끌고 온 것이 조회수를 급하게 올린 이유일 것이다.

가해자가 무너진 순간에 붙은 노래가 아니라 피해자가 비로소 인간 본성을 찾은 음악이었다. 김은숙 작가는 현상의 통괘함보다 회복을 엔딩으로 내보인 것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을 인간 보통의 삶으로 귀결했다. 

태어난 조카를 보고 탄생의 놀라움으로 써놓은 극단적으로 순하고 무방비적인 감성을 학폭이라는 잔혹한 이야기 끝에 던진 게 대단한 반전이라 할 수 있겠다.

학폭은 오래갈 수 뿐이 없다

학교폭력을 별도의 법으로 정의하는 이유가 있다. 

절도나 폭력 도박 등 여타의 청소년범죄와는 달리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큰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집과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에게는 학교생활이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데, 학폭은 하루 8시간 이상 있어야 하는 곳을 지옥으로 만들어 피해자의 몸과 정신을 크게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가해지는 폭력, 학생에 의해 사람에게 행해진 폭력 이라는 뜻한다. 학폭의 정의에 따르면 피해자가 학생이라면 장소가 학교 밖이거나 가해자가 성인이어도 학교폭력에 해당된다.

심하면 그 휴유증이 어른이 되어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 지속될 수 있어 더욱 심각할 수 밖에 없다. 드라마속 주인공 문동은으로 분한 송혜교가 다리미 지짐을 당한 몸을 보여줄 때 누구나 큰 놀람이 있었다. 이것이 드라마에서만 있는 상황이 아님은 학폭 관련 뉴스들에서 익히 보고 있음이다. 

때,훔,성,욕,술

2500년 전, 인류 스승 중 한 명이 가르친 5계란 게 있다. 

때,훔,성,욕,술. 

즉 때리거나 죽이지 말고, 훔치거나 사기 치지 말고, 성으로 죄를 짓지 말고, 욕하거나 말로 상처주지 말라. 그리고 술 먹고 정신을 잃어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 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죄가 되지 않으니 논하지 말라"라는 게 그것이다. 

더 글로리의 학폭 가해자들은 5계의 각 항목을 꼼꼼이 벗어난 잔인한 행동을 이어간다. 인간의 육체에 해를 가하고 더하여 심리적 압박을 통해 상처를 주는 일은 만고에 나쁜 짓임을 오래 전에 가르쳤음에도...

5계를 만든 그 분은 본시 왕이 될 신분이었다. 오래 전 그가 분소의(糞掃衣. 죽은 사람을 덮던 천)를 걸치고 걸식을 하며 불가촉천민(인도 카스트제도인 네 가지 신분, 즉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에도 포함되지 않는 가장 낮은 찬드라계급)과 남녀를 포함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하다고 외쳤던 그 울림의 의미는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계율의 설파로 그는 영원한 인류의 스승이 되었고. 또한 큰 종교가 되어 지금도 지구촌 일부인들의 삶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인도의 헌법은 불가촉천민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차별을 금지시키고 있으나 날 때부터 신분을 규정 짓는 카스트제도는 지금도 그 사회의 오랜 전통으로 결혼, 직업, 종교적의식 등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오래 전에 사람이 사람을 해하는 폭력을 금하고, 인간의 평등성를 주창했으며, 여성차별 금지를 비롯한 인간성 존중에 기반한 위대한 가르침을 펼쳤으나, 아직도 일부 인간들의 사악성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잔인한 가해를 복기하고 처절한 응징을 펼쳐나가는 인간본성의 폭력본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그 안에서 인간존엄을 살려 낸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인간존엄과 '더 글로리'

사람은 사는 동안 내내 행복할 수 없고 내내 불행할 수도 없다. 그 어떤 상황이든 세상을 보는 현재의 관점을 바꿔 스스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드라마는 '모든 인간의 응어리 진 분노는 복수로 끝나지 않고, 폭력으로 시작되는 삶도 축복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는 인생살이의 울림을 던지고 있다. 

지금도 모 배우와 스포츠 스타의 학폭관련 소식이 연예계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학폭은 우리사회의 일부를 병들게 하는 치명적인 것임을 알게 할 초단(初段)적 방법은 없을까!

이상철 위드컨설팅 회장/칼럼니스트·시인·대지문학동인/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회장(前)/국회 환노위 정책자문위원/ 국회의원 보좌관(대구)/ 쌍용그룹 홍보실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