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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건설까지 서울行…지방 건설사 '탈출 신호'

미분양 누적·공사비 부담 겹쳐…침체 장기화 속 중견 건설사들 '생존 전략'

박선린 기자 기자  2025.12.30 11: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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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방을 거점으로 성장해온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수익성 회복을 위한 돌파구로 서울과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광주를 기반으로 호남 지역에 뿌리를 내려온 중흥건설이 최근 핵심 조직을 서울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사는 광주에 유지하지만, 주요 의사결정과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이 서울로 이동하는 수순이다. 서울 사무소로는 그룹 계열사인 대우건설이 입주한 을지트윈타워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지역 인구 감소와 주택시장 침체가 자리잡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20~30대 청년층 유출이 가속화되며 인구 감소 흐름이 뚜렷하다. 2020년 145만명이던 인구는 올해 139만명대로 줄었고, 인구가 140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감소율은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가구 수 증가율 역시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주택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15만4764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다. 수도권 분양 물량이 9.1% 줄어든 데 비해, 지방은 같은 기간 22.4% 급감하며 침체가 더욱 두드러졌다.

분양 부진은 미분양 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완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준공 후 미분양'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10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8080가구로 전달보다 3.1% 증가해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건설사들은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9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1.66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서울로 옮기면 살아남을까…중견 건설사의 딜레마

이처럼 지방 건설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 비용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중견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크고 사업 기회가 많은 서울·수도권으로 거점을 옮기고 있는 흐름이다.

이미 호반건설은 2019년 본사를 서울 서초동으로 이전했고, 우미건설은 성남 분당으로 본사를 옮겼다. 제일건설 역시 광주 본사를 유지한 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지사를 두고 수도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서울·수도권의 가로주택정비사업과 모아타운 등 소규모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BS한양, 코오롱글로벌(003070), 한신공영(004960) 등은 자금력보다 기동성과 사업 추진력이 중요한 정비사업 환경을 기회로 삼아 서울 곳곳에서 수주 실적을 쌓고 있다.

다만 서울로 거점을 옮긴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수도권 정비사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일감으로 평가되지만, 대형 건설사 선호가 뚜렷해 중견사들이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설사 폐업이 더 이상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이달 접수된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 42건 가운데 서울이 6곳, 경기·인천이 10곳을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사업 여건이 낫다고 평가받던 수도권 핵심 시장에서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기반 건설사들이 동시에 서울로 향하고 있지만 선택지가 넓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서울·수도권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인 것은 맞지만, 경쟁이 치열해 철저한 준비 없이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