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형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회의 기억은 빠르게 옅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29일 제주로 향하던 항공기 추락 사고로 17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른바 '제주항공 참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침묵 속에서,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한 권의 동화책이 출간됐다.
푸딩이는 2025년 2월 새로운 보호자에게 입양됐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두 작가 역시 이 이야기를 계기로 동화를 구상했다.
현로아 작가는 "가족을 여전히 기다리는 강아지를 보며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날이 떠올랐다"며 "참사 이후 이어진 사회적 침묵이 가장 두려웠다"고 밝혔다.
작품은 비극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맑음'이라는 존재를 통해 상실과 기다림을 조용히 드러낸다. 그림 역시 상징성을 갖는다. 책 전반은 노란색과 파란색, 두 가지 색으로만 구성됐다.
이는 강아지가 인식할 수 있는 색의 범위를 반영한 것으로, 단순한 색채를 통해 오히려 감정의 밀도를 높였다.
양현수 작가는 "푸딩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단순하지만 더 선명한 세계일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 단순함이 기다림과 상실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맑음이'는 슬픔을 강요하지도, 질문을 던지지도 않는다. 다만 독자에게 조용히 묻는다. 기억은 어떻게 남겨져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쉽게 잊는가에 대해서다.
두 작가는 이 책이 유가족들에게 "작은 담요 한 장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직은 부족한 고등학생이지만, 이 책을 만드는 태도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이었다"는 작가들의 말처럼, '맑음이'는 애도의 표현이자 사회적 기억을 붙잡기 위한 기록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잊히기 쉬운 참사 속에서, 이 작은 동화책은 지금도 조용히 사회에 말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