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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은행 결산 ①] 고금리 일상화…대출 의존 '종말론'

모험자본 공급자 역할 주문, 이자이익 기반 실적 '마지막 잔치'

장민태 기자 기자  2025.12.26 09: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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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25년 국내 은행권은 기준금리 동결 속에서도 대출금리 상승과 사상 최대 실적이 동시에 나타난 역설적인 한 해를 보냈다. 한국은행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사이에서 고심하는 동안,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기대보다 낮아지지 않았다. 그 결과로 얻은 사상 최대 실적은 은행권에 '생산적 금융' 전환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기준금리 인하 멈춘 한국은행, 데이터 확인 '신중'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지난 5월29일 2.75%에서 2.50%로 인하된 이후 4차례 회의에서 동결된 배경은 '데이터 확보'였다.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기본 목표는 '물가 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00%에 근접하자,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4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는 2021년 8월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으로 시작된 긴축적 통화정책이 3년 2개월 만에 종료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7월부터 제동이 걸렸다.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했고, 수도권 부동산 시장 역시 과열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다"며 "최근 강화된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연말로 접어들면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더해 높은 환율 수준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하할 경우,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1.25%p)가 추가로 벌어져 원·달러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위험, 환율 변동성 확대 등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물가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시기를 결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국은행은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이 모두 충족됐다는 데이터가 확보돼야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출금리 역주행, 준거금리 상승·가계부채 관리 영향

기준금리가 장기간 동결되면서, 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두 축인 지표금리(시장금리)와 가산금리가 동시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 모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하면서, 시장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대출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무보증·AAA급) 5년물 금리는 이달 23일 기준 3.50%로 한 달 새 0.13%p 올랐다. 또 다른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역시 지난달 기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이전보다 커지면서, 이를 반영해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도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하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에 대응하고 있어서다. 통상 은행 대출금리는 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차감해 산정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시중은행이 지난 10월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가산금리는 2.99%로 전년 동월 대비 0.17%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우대금리는 2.60%에서 1.72%로 하락했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인위적인 조정에 오르자, 예금금리와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이 커졌다는 의미다.
  
◆사상 최대 순이익…생산적 금융 직면

은행권의 올해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큰 이견이 없다. 이미 역대 최대 기록인 2024년 순이익 22조4000억원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21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3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4분기 실적까지 더해지면 사상 최대 연간 순이익은 다시 쓰일 전망이다.

3분기까지 국내은행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44조8000억원에 달한다. 비이자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5% 증가했지만, 6조8000억원으로 이자이익 규모의 15% 수준에 그쳤다. 은행 실적이 여전히 대출 중심의 이자이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성장 방정식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담보대출에 쏠린 시중 자금을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유도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을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해당 분야에 투자한 은행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면, 가계대출 비중이 과도한 은행에는 부담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관련 조치는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상향했다. 반면, 주식 보유 관련 위험가중치는 기존 400%에서 250%로 낮췄다.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라도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고, 기업의 미래가치를 평가해 투자하는 ‘투자은행(IB)’로서의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5년의 화려한 실적은 기존 영업 방식으로 거둘 수 있는 '마지막 잔치’가 될 수 있다. 은행권은 국가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모험자본 공급자로서의 정체성을 강요받는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