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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원 체불의 그늘…하청은 '전과' 위험, 원청은 책임 공방

근로기준법의 안전망 '연대책임'…현장에선 여전한 사각지대 해법은 '직불제와 연대책임' 실효화

송재규 기자 기자  2025.12.26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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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24년 임금체불액이 2조44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피해 근로자는 28만3212명에 달했다. 2025년에는 경기불황상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체불이 단순히 '개별 사업장 문제'를 넘어 경기둔화, 공사비 압박, 그리고 현장의 다단계 도급 구조가 맞물린 구조적 리스크로 번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건설 현장에선 '원청이 대금을 늦추면 하청·재하청의 현금흐름이 막혀 임금부터 흔들리고, 막상 처벌과 민원은 하청이 먼저 맞게 된다'는 우려가 반복된다. 

최근 정부합동 점검에서도 건설 단계별 대금 흐름의 불투명성이 임금체불의 주요 원인으로 포착되며, 현장관리 시스템 개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법보다 깊은 공감'… 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진주경찰서의 사투

이러한 구조적 어려움이 빚어낸 실상은 일선 민생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최근 진주경찰서에는 도급사로부터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임금 지급에 난항을 겪는 영세 업체와 근로자들의 절박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진주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 가보면 하청업체 대표들이 '가족같은 직원들에게 임금을 못 줘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록 법적으로는 민사 사안이나 대금 분쟁으로 분류돼 즉각적인 개입이 어려울 때가 많지만, 한분 한분의 사정이 너무나 절박하기에 경찰로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나 법적 조언을 드리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동부와 긴밀히 협조해 구제 절차를 안내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드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시민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였다. 

법의 문턱에서 좌절한 이들에게 마지막 보루가 돼주려는 진주경찰서 관계자들의 세심한 배려와 헌신적인 태도는 지역 사회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

◆법은 원청 책임을 말하지만 현실은 사각지대

그러나 경찰의 이러한 진심 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건설업에서 도급이 2차례 이상 이뤄진 경우, 일정 요건하에 직상수급인(원청)의 임금 '연대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 제44조의3은 요건을 충족하면 직상수급인이 하도급대금 채무 범위 내에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 특례를 둔다.

다만 실제 현장에선 다단계 도급 구조 속에서 고용관계 입증이 어려워지거나, '이미 하도급사에 대금을 지급했다'는 공방 속에 근로자의 임금 회수가 지연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는 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생계가 위협받는 핵심원인이 된다.

◆이재명 정부의 노동 철학은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것이 공정의 시작'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장 시절부터 강력한 '직불제' 정착에 앞장서 왔다. 

이 대통령은 과거 "노동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뿌리입니다. 땀 흘려 일한 근로자가 임금을 못 받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강조하며, 대금이 투명하게 흐르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역설했다. 

이는 '하도급지킴이'와 같은 시스템을 통해 자금이 목적 외로 사용되지 않도록 행정적 방어막을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해법 '사후 처벌 보다, 자금 흐름의 투명화'

전문가들은 처벌 위주의 대응보다 '자금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서경 정동윤 변호사는 "건설업은 도급 구조상 임금이 대금 흐름에 종속되기 쉬운 산업"이라며 "근로기준법상 직상수급인 연대책임(제44조의2)은 원청이 책임을 완전히 비워두지 못하게 하는 안전망이고, 직불(제44조의3) 및 노무비 구분관리는 체불을 사전에 방지하는 핵심 장치"라고 설명했다.

공공 영역에서 검증된 '하도급지킴이'와 '노무비 직접 지급제'를 민간 공사로 점차 확대하고, 도급 구조 속에서도 대금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하며 연대책임의 집행력을 강화해야 '일한 만큼 받는' 공정이 작동한다는 지적이다.

◆자금 선순환 구조 정착으로 공정 경쟁 회복해야

일선 경찰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안타까움은 결국 대금 지급 시스템의 불안정성에서 기인한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체불은 하위 단계의 업체들이 대금 지연의 충격을 오롯이 떠안는 구조적 한계에서 발생한다. 

공공에서 제도화된 '직불·지급확인' 시스템을 민간 영역까지 안착시키고 연대책임의 실효성을 높여야만, 시민의 곁을 지키는 경찰의 헌신도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