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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현의 역설, 표결은 선택 이동은 필수?

책임 대신 '숫자 계산' 내세운 해명…책임은 어디에 있을까요

김성태 기자 기자  2025.12.24 17: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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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 반복적으로 불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주 의원은 논란에 대해 "필리버스터 해제 표결은 180명이 필요해 반드시 참석하지만, 본안 표결은 과반이면 되기 때문에 사정이 있으면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듣는 이에 따라선 '책임'보다 '계산'이 먼저 떠오르는 대목이다. 

표결을 국회의원의 기본 의무가 아닌, 정당의 숫자 맞추기 문제로 축소해 이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주 의원은 통화에서 "지역 일정이 많아 KTX를 타고 먼저 내려온 경우가 있었다"며 집행부의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전남 22개 시·군을 오가며 민원을 챙겨야 한다는 현실적 사정도 덧붙였다. 

그러나 본회의 표결 불참의 이유가 하나같이 '기차 시간, 지역일정'으로 수렴되자, '표결은 조정 대상이고 이동이 최우선이냐'는 비판과 함께 씁쓸한 농담까지 따라붙는다. 마치 표결은 선택 사항이고, 열차 출발은 헌법에 명시된 의무라도 되는 듯한 풍경이다.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국회는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과 함께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 형사소송법, 은행법,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민생과 직결된 법안을 잇달아 처리했다. 필리버스터 종결은 재적의원 5분의 3이 필요한 중대 절차로, 사실상 법안의 운명을 가르는 관문이다. 극한의 정치적 대치 속에서도 국회는 최소한의 입법 기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의안정보시스템 기록에 따르면, 주철현 의원은 형사소송법을 제외한 다수 표결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국민이 앉혀 놓은 의석은 비어 있었다. 찬성도, 반대도, 기권도 남지 않았다. 기록되지 않은 판단은 곧 '책임 없는 정치'라는 지적이 따라붙는다.

논란의 정점은 23일 본회의다. 국회가 장기간의 대치를 뚫고 표결에 나선 결정적 순간이었지만, 주 의원의 이름은 명단에서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유를 묻자 '기차 시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역 일정이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표결이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자리다. 그럼에도 통과에는 지장이 없으니 빠질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은, 본말이 뒤집힌 듯한 인상을 준다. 숫자는 맞았을지 몰라도, 책임은 비어 있었다는 것이다.

주 의원은 필리버스터 해제 표결에는 모두 참석했다며 "법안 내용에 반대해서 빠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말은 역설적으로, 표결 참석의 기준이 법안의 무게가 아니라 ‘필요 인원 충족 여부’였음을 고백하는 셈이 된다. '과반이면 되는 표결은 빠져도 되고, 180명이 필요한 표결은 꼭 가야 한다'. 정치가 계산법 이라는 빈축이 돌아간다.

본회의 표결은 의식처럼 진행되는 절차가 아니다. 유권자 앞에서 자신의 판단을 기록하고, 그 판단의 결과를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다. 스스로 비운 의석은 그 약속의 증거를 지워버린다. 

그래서 묻게 된다. 국회의원의 표결은 정당의 전략을 위한 숫자 맞추기인가, 아니면 국민에게 드리는 책임의 서명인가. 필리버스터의 소음 뒤로 조용히 빠져나간 빈자리. 전략이라고 부르기엔, 기록으로 남을 책임이 너무 커 보인다.

한편, 주철현 의원은 기자의 국회 정보시스템에 '불참'으로 표시돼 있다는 지적에는 "말이 안 된다. 필리버스터 해제 표결은 모두 참석했다. 확인해 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주 의원은 일부 지방선거 준비 의원들 중에서도 일정 때문에 본회의 표결 일부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경우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