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코스닥 시장은 상반기 내내 조용한 흐름을 이어가다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연초 600선 후반에서 출발한 지수는 정치 불확실성 완화와 코스피 강세,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맞물리며 연말 900선 안착에 성공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 흐름을 주도한 가운데 코스닥도 후행 반등에 나서며 '동반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다만 지수 상승 이면에서는 개별 종목 간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며 선별 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 연초 680선 출발·4월 저점·연말 900선 회복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686.63으로 출발했다. 연초에는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과 국내 정치 리스크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4월9일에는 장중 637.55까지 밀리며 연중 저점을 기록했다.
상반기 내내 코스닥은 뚜렷한 주도주 없이 박스권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피 대비 상대적 부진이 이어지며 시장 관심도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전환점은 하반기였다. 정치 불확실성 완화 이후 코스피가 빠르게 상승세를 타자, 코스닥에도 수급이 점진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이 공개되며 정책 기대가 더해졌다.
지수는 12월 중순 900선을 돌파했고, 지난 22일 기준 929.14로 거래를 마치며 연초 대비 약 35%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랠리의 후행 효과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실적이 지수 반등의 기초 체력…상반기 실적 바닥 확인
지수 반등의 기초 체력은 실적이었다. 코스닥 상장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이 전년 대비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비교 가능 1217사)의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13조28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조8358억원, 순이익은 5조3457억원으로 각각 9.74%, 16.59% 늘었다.
특히 직전 분기 대비 순이익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연결 기준 3분기 순이익은 2조8690억원으로 2분기 대비 208.51% 급증했다. 개별 기준으로도 순이익이 250% 넘게 늘며 수익성 회복 흐름이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기대만 있었고, 하반기에는 숫자가 따라왔다"며 "실적 개선이 확인되며 코스닥 반등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 하반기 주도는 로봇·바이오…이차전지는 선택적 반등
하반기 코스닥 랠리는 뚜렷한 섹터 중심으로 전개됐다. 가장 강한 흐름을 보인 것은 로봇과 바이오였다.
로보티즈는 연초 대비 1100% 넘게 급등했고, 클로봇(675%)과 레인보우로보틱스(190%), 휴림로봇(290%) 등 로봇 관련 종목들이 상위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자동화 정책과 산업 성장 기대가 집중되며 하반기 코스닥 상승의 출발점 역할을 했다.
바이오 섹터도 하반기 들어 주도력을 강화했다. 에이비엘바이오(520%), 디앤디파마텍(655%), 올릭스(566%), 큐리언트(538%) 등은 임상·기술수출 기대와 정책 모멘텀이 맞물리며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서도 바이오 비중이 다시 확대됐다.
반면 이차전지는 상반기 급락 이후 하반기 들어 대표 종목을 중심으로 뚜렷한 반등 흐름을 보였다. 다만 상승 폭에 비해 업황 회복의 지속성에 대한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실제 에코프로는 지난 5월 말 연중 저점(3만8350원)을 기록한 이후 이달 초 11만7800원까지 오르며 저점 대비 약 200% 넘는 반등을 나타냈다. 연초 대비로도 주가는 70% 이상 상승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지난 5월 저점 이후 12월 고점까지 12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회복 흐름에 동참했다.
다만 두 종목 모두 12월 고점 이후에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최근 주가는 연중 최고점 대비 10~20%가량 낮은 수준으로, 추세적 상승보다는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글로벌 배터리 공급 과잉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차전지가 코스닥 상승장의 주도 섹터로 재차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책 기대와 실적 가시성이 동시에 부각된 로봇·바이오 섹터와 달리, 이차전지는 업황 회복 신호를 확인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 1000% 급등과 거래정지…변동성은 여전한 숙제
지수 회복과 함께 코스닥의 고질적인 변동성 문제도 다시 부각됐다. 연초 대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원익홀딩스로, 연간 주가 상승률이 1200%를 넘어섰다. 로보티즈, 씨어스테크놀로지 등도 1000% 안팎의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 상장 신뢰 문제도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스닥 대어'로 불렸던 파두는 상장 과정에서의 허위·누락 공시 논란 끝에 거래가 정지되며 투자자 신뢰에 타격을 줬다.
시장에서는 "코스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지만, 변동성 관리와 상장·퇴출 제도의 신뢰 회복 없이는 구조적 상승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책이 만든 전환점…상장·퇴출 재편에 연기금까지 '체질 개선 시험대'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은 하반기 시장 분위기를 바꾸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상장·퇴출 구조 전반을 손보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되면서, 코스닥의 구조적 체질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코스닥본부의 독립성과 자율성 강화 △상장 및 상장폐지 제도 전면 재설계 △기관투자자 진입 여건 개선 △투자자 보호 및 공시 강화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정교화와 부실기업 퇴출 속도 제고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AI, 로봇, 바이오, 에너지저장장치(ESS), 우주산업 등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을 도입하고, 분야별 전문 심사 인력과 자문단을 구성해 상장 심사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실적 부진이나 공시 신뢰 훼손 기업에 대해서는 상장적격성 심사를 강화해 시장 내 잔존 가능성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퇴출 구조 개편과 기관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면 코스닥은 단기 테마 장세를 넘어 구조적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AI·로봇·바이오 등 정책과 실적이 동시에 뒷받침되는 섹터 중심으로 선별적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도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단순한 지수 부양책이 아니라 시장 신뢰 회복을 겨냥한 구조 개편 성격이 강하다"며 "연기금과 기관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할 경우,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시장 재평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코스닥의 과제는 '반등 이후'다. 올해 하반기 반등이 코스피를 따라가는 후행 회복에 그칠지, 정책과 실적을 기반으로 한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이 될지는 내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