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온라인에서 제품을 보는 행위는 여전히 사진 한 장에 머물러 있다. 해상도는 높아졌고, 연출은 정교해졌지만, 화면 너머 제품이 어떤 질감인지, 실제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손에 쥐었을 때 어떤 느낌일지는 여전히 상상에 맡겨진다. 패션과 커머스 영역에서 2D 이미지의 한계가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이유다. 반품률이 구조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3D는 오랫동안 '대안 기술'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3D는 아직 온라인 커머스의 표준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비용은 높고, 제작 과정은 복잡하며, 무엇보다 현장에서 쓰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기술은 있었지만, 시장과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혁신보다 '복원'을 택하다…미타운만의 출발점
이같은 시점에서 미타운(대표 이도해)은 3D를 이야기하면서도 혁신이나 생성보다 복원과 수정 가능성을 먼저 꺼내 들었다. 다수의 카메라로 대상을 촬영해 뉴럴렌더링 기반 3D를 만들고, 그 결과물을 다시 손댈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본지는 3D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선택되고 배제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이 기술을 택한 배경과 패션부터 시작한 이유를 이도해 미타운 대표에게 직접 물었다.
이 대표는 오랫동안 연구자의 길 위에 서 있던 인물이다. 교수진으로부터 석·박사 통합 과정을 권유받을 만큼 학구열이 높았고, 연구실 안에서는 기술을 더 깊이 파고드는 선택지도 충분히 열려 있었다. 학문적 성취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경로가 눈앞에 놓여 있던 셈이다.
그의 진로에 균열이 생긴 것은 한 창업 수업을 계기로부터였다.
"저는 언젠가 창업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다만 지금일 줄은 몰랐죠."
차기철 인바디 대표가 진행하던 창업 수업에서 그는 반복해서 같은 말을 들었다.
"학생들이 늘 준비되면 창업하겠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준비는 안 된다, 지금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이 대표는 그 말을 용기라기보다 현실 인식으로 받아들였다. 준비가 끝난 뒤 시작하는 창업이라는 것은 없고,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말이다. 마침 같은 연구실에 뜻이 맞는 동료가 있었고, 지도교수 역시 창업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기술을 더 다듬는 대신, 시장에서 부딪혀보기로 한 이유였다.
◆기술보다 감각이 먼저인 '패션'시장
미타운이 처음 선택한 분야는 패션이었다. 기술적 이유만 놓고 보면 선택지는 더욱 다양했다. 제조, 의료, 엔터테인먼트 등 3D가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은 넓었다. 그럼에도 패션을 택한 데에는 명확한 판단이 있었다.
"이 기술을 어디에 쓰면 좋을까 생각했을 때, 이커머스가 먼저 떠올랐고 그중에서도 패션이었어요. 반품률이 높고, 질감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패션은 제품의 기능보다 감각이 먼저 작동하는 시장이다. 소재의 질감, 옷이 몸에 닿는 느낌, 실제 색감의 차이가 구매 만족도를 좌우한다. 이 대표는 초실감 3D가 이런 간극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술자의 기대와 달랐다.
"논문 쓸 때는 이 정도면 잘 됐다고 생각하는데, 패션 하시는 분들이 보면 전혀 아니더라고요.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기술 수준이 훨씬 앞에 있다는 걸 느꼈어요."
기술과 시장 사이의 간극은 창업 초기에 곧바로 드러났다. 미타운 팀은 고객사를 찾기 위해 동대문 새벽시장을 직접 돌았다. 기술 설명보다 먼저 마주한 것은 현실적인 요구였다.
"처음엔 3D 말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분들이 많았어요. 골프 조끼를 찍어달라길래, 저희끼리 모델도 안 구하고 그냥 촬영을 했죠."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에피소드지만, 당시에는 기술보다 도메인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패션은 기술이 주인공이 되는 시장이 아니었다.
◆EVOVA, '보여주는 3D'에서 '다룰 수 있는 3D'로
미타운의 핵심 기술은 뉴럴렌더링 기반 3D다. 다수의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해 대상을 촬영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와 가까운 3D를 복원한다. 기존 3D 모델링과 달리, 반짝임이나 소재 질감 표현에서 강점을 가진다.
이 기술을 상용화한 결과물이 'EVOVA'다. 가우시안 스플래팅(Gaussian Splatting) 기반 뉴럴 렌더링 3D 모델 생성 기술을 중심으로, 다수의 카메라로 촬영한 실사 데이터를 경량화·초실감화해 구현한다.
생성된 3D 결과물은 그대로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색감·형태·노이즈 등을 직접 수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생성-제어-응용'으로 이어지는 3D 콘텐츠 제작 전 과정을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통합한 것이 EVOVA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 기술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뉴럴렌더링의 장점은 사실적인 표현인데, 단점은 수정이 거의 안 된다는 거죠."
기존 3D처럼 메시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없다는 점은 커머스 환경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패션에서는 미세한 차이가 전체 인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패션에서는 결국 손을 대야 하거든요. 어깨가 조금 올라가 있으면 내리고, 먼지가 있으면 지우고, 어떻게 보일지를 조정해야 해요."
이 지점에서 미타운은 과감한 선택을 했다. 3D를 만드는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수정 가능한 에디터를 함께 개발한 것이다.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대신, 사용성을 높이는 방향이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현장에서 못 쓰면 의미가 없잖아요. 저희는 '만들 수 있느냐'보다 '다룰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봤어요."
이는 미타운이 기술 스타트업이면서도, 반복해서 '감각'을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패션에서는 기술의 정확성만큼이나,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은 시장에서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타운의 EVOVA 3D 쇼룸은 50여개 섬유·패션 기업에 도입돼 약 3000여개가 운영 중이다. 노스페이스, 마인드브릿지, K2 등 국내 주요 패션 브랜드들이 실제 상품 촬영과 판매 과정에 EVOVA를 활용하고 있다.
기술 도입이 패션 산업에서 먼저 확산되며 '실물을 얼마나 정확하게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실효성도 검증되고 있다는 평가다.
◆"생성 아닌 정확성" 커머스 요구 기준
최근 3D 생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커머스 영역에서 생성 기술을 경계한다. 한 장의 이미지로 보이지 않는 면을 추정해 만드는 방식은, 정확함이 요구되는 시장과 충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장의 이미지로 3D를 만드는 건 상상에 가까워요. 커머스에서는 실제 제품과 다르면 안 되잖아요. 저희가 집중하는 건 있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에요. 연출이 아니라 정보 전달이죠."
이 기준은 패션을 넘어 식품, 예술·공예, 공간 분야로 확장될 때도 유지된다. 모두 실물을 대신해 보여줘야 하는 대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화려함보다 신뢰가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미타운은 기업 간 거래(B2B) 중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대학 협업을 시작으로 식품과 예술 분야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왔다.
미타운은 초기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 예비창업 단계에서 도전 K-스타트업 Top10에 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포함한 다수의 기술상도 수상했다.
법인 설립 이후에도 연구개발(R&D) 과제를 연달아 수주하며 기술 고도화를 이어왔다. 올해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기술 트렌드 속에서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 구로 14기 육성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씨엔티테크가 육성을 맡고 있으며, 이를 발판 삼아 기술 고도화와 시장 진출을 병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소상공인이나 개인도 제품과 공간을 3D로 보여줄 수 있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소상공인이나 개인도 제품이나 공간을 3D로 보여줄 필요가 있을 때 저희 서비스를 쓸 수 있게 하고 싶어요."
해외 시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다. 미타운은 KOCCA 사업 참여를 계기로 해외 판로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파리 StationF 입주를 앞두고 있다. 도쿄 FaW, 파리 Tech for Retail 등 주요 전시에 참여하며 패션과 기술이 만나는 현장에서 EVOVA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 중이다.
"글로벌 진출 역시 기술을 확장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실제로 쓰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방향이 너무 많아요. 분야도 많고, 사업 모델도 많죠. 그래서 어디에 가중치를 둬야 할지 팀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이 대표가 그리는 목표는 단순하다.
"2D에는 사진기가 있잖아요. 저는 3D에도 그런 역할을 하는 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미래를 약속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를 제대로 보여주는 일에 집중하는 것. 미타운의 3D는 기술의 속도보다, 기술의 태도를 먼저 묻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