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축하 광고는 보통 패자의 몫이 아니다. 더구나 그것이 직접적인 글로벌 경쟁자를 향한 메시지라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005380)는 토요타를 향해 전면 광고를 실었다. 문구는 단순했다.
"Beyond competition(경쟁을 넘어서)."
현대차가 축하한 대상은 토요타 가주 레이싱 월드 랠리 팀(TGR-WRT)의 2025년 FIA 월드 랠리 챔피언십(World Rally Championship·WRC) 트리플 크라운이다. 제조사·드라이버·코드라이버 3관왕.
결과만 놓고 보면 현대차는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이다. 그러나 이번 광고의 핵심은 패배 인정이 아니다. 경쟁의 방식이 달라졌다는 선언에 가깝다.
현대차는 광고에서 "훌륭한 경쟁자가 있었기에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이는 스포츠맨십의 수사가 아니라 현대차가 토요타를 바라보는 전략적 위치 규정이다. 더 이상 넘어서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판을 키워야 할 상대라는 인식이 명확히 드러난다.
광고 이미지 구성도 의미심장하다. 상단에는 토요타 아키오(드라이버 네임 모리조) 토요타그룹 회장과 TGR-WRT 팀원들이 포디움에서 환호하는 장면, 하단에는 현대 i20 N 랠리 1과 토요타 GR 야리스 랠리 1이 같은 화면에 담겼다.
경쟁 장면이지만, 배치는 대칭적이다. 이는 WRC를 이기고 지는 경기가 아니라 같은 언어를 쓰는 공간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신호다. 현대차와 토요타 모두에게 모터스포츠는 기술 과시를 넘어 브랜드 철학을 설명하는 무대가 됐다.
이 관계 변화는 돌발적이지 않다. 지난해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은 상징적 장면이었다.
정의선 회장과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같은 WRC 차량에 올라 도넛 주행을 선보이고, 포옹으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그 장면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경쟁 서사의 종료를 알리는 제스처였다.
이후 토요타가 현대 월드 랠리 팀의 드라이버 챔피언 등극을 축하하는 광고로 화답했고, 이번 현대차의 광고는 그 연장선에 있다.
이 우호적 경쟁은 트랙을 넘어선다.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서의 공동부스 운영, 콘셉트카 공동전시를 지나 수소사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현대차와 토요타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 1·2위다. 두 회사 합산 점유율은 44%를 넘는다.
경쟁자 간 협력이라는 낯선 그림이지만, 수소산업처럼 인프라가 먼저 필요한 시장에서는 오히려 합리적이다. 표준과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야 시장이 열린다. 이 지점에서 현대차가 토요타를 동반자로 규정한 이유가 선명해진다.
이번 광고는 단순한 미담이 아니다. 글로벌 완성차 산업이 제로섬 경쟁에서 구조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술, 브랜드, 시장 형성까지 포함한 확장된 경쟁 속에서 때로는 라이벌과 손잡는 것이 더 빠른 길이 된다.
2026년 WRC는 다시 시작되지만, 그 승부는 더 이상 적대적이지 않다. 현대차의 광고 문구처럼, 이제 경쟁은 넘어서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증명해야 할 과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