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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한복싱협회, 전국대회 '승부조작' 의혹…실격패를 RSC로 둔갑

2024년 회장배 종별선수권 결승전서 발생 부TD 지시로 기록지 조작 정황…주심, 1년 9개월 만에 '양심고백'

장철호 기자 기자  2025.12.22 14: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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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복싱협회의 고위 관계자가 연루된 조직적인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돼 체육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4년 3월18일 열린 '2024 대한복싱협회장배 전국종별복싱대회' 남자부 +92kg급 결승전이다. 

본지 취재와 관계자 증언을 종합하면, 당시 경기에서 청코너 A선수는 2라운드 두 차례, 3라운드 한 차례 등 총 세 번의 워닝(경고)을 받아 규정상 실격패(Disqualification) 처리돼야 했다.

 실격패가 RSC로 둔갑…"상 가로채기 위해 기록 조작" 

복싱 규정상 실격패를 당한 선수는 어떠한 메달이나 상장도 수여받을 수 없다. 당시 주심은 3라운드 1분 30초경 A선수의 실격을 선언했고, 홍코너 선수의 승리를 판정했다. 실격 사실을 인지한 A선수는 시상대에 오를 수 없음을 알고 링을 떠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경기가 종료된 직후 상황이 급변했다. 당시 경기 운영을 감독하던 부TD(Secondary Technical Delegate) B씨가 판정 변경을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통상 복싱경기는 한 체육관에 2개의 링을 설치하고, 양 링을 총괄하는 TD와 링별 부TD를 두고 경기를 관장하고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B씨는 "실격이 맞지만, RSC(Referee Stop Contest, 주심의 경기 중단에 의한 승리)로 처리하자"며 전자기록지 수정을 지시했고, 절대적 권한을 가진 부TD의 위력에 눌린 주심과 전자기록원이 이에 동조하며 공식 결과가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당일 심판 5명은 전광판에 DSQ로 떴기 때문에 3라운드 평가를 하지 않았고, 마지막 경기인데다 별도의 확인 절차가 없어 기록지 수정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조작으로 인해 메달을 받을 수 없는 A선수에게 은메달이 주어졌다. 원래대로라면 은메달은 후순위자 승계없이 수상자가 없는 것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주심의 뒤늦은 양심고백… 현직 전무이사 연루설에 '발칵' 

수면 아래 묻혀있던 이 사건은 당시 경기를 진행했던 주심이 1년 9개월여 만인 지난 12월 중순, 심판위원장(TD)에게 승부조작 사실을 양심고백하며 세상에 드러났다. 해당 주심은 그동안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껴왔으며, 스포츠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용기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당시 부TD B씨는 대한복싱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직을 맡고 있으며, 지난 2025년 9월 인사에서 대한복싱협회 전무이사로 영전한데 이어 올해 전국체육대회에서도 부TD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되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스포츠 윤리 넘어 형사 사건 비화 가능성 

스포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오심이 아닌, 고위 관계자가 개입한 명백한 '업무방해' 및 '승부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실격패를 RSC로 바꾼 것은 메달 수여 자격을 억지로 만들기 위한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은메달 박탈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기관의 엄중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B씨는 "부TD는 심판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실격패를 RSC로 바꿔치기 할 수는 없다. 승부조작에 해당하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