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정부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당연한 조치다. 개인정보 보호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계약이다.
시장 지배력을 누리는 기업일수록 그 책임은 더욱 무거워야 한다. 2025년 12월15일부터 중대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기업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방향은 옳다. 과징금이 기업 입장에서 그저 '비용'으로 처리되는 수준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일정 비율 이상의 강력한 제재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 두어야, 어느 기업이든 보안과 내부 통제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끝내서는 안 된다. 과징금은 결과에 대한 책임일 뿐, 원인에 대한 책임은 아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관리 책임자의 방치, 내부 통제 실패, 혹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정보를 유출했거나, 이를 가능하게 한 행위자 개인에게는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플랫폼 제재의 비용이 어디로 흘러가느냐다. 현재 쿠팡에 입점한 다수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마땅한 대체 선택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쿠팡은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사실상 매출과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빠져나가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과징금 부과 이후 쿠팡이 수수료 인상으로 그 부담을 전가한다면, 입점 기업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러나 그 선택지는 냉정히 말해 많지 않다.
△수수료 인상을 감내하고 버티거나 △매출 감소를 각오하고 플랫폼을 떠나거나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넘기거나 어느 쪽도 중소기업에게는 고통스러운 선택이다. 결국 플랫폼의 비용이 산업 전반으로 전이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번 사안은 단순히 "과징금을 얼마나 세게 부과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과징금 이후의 시장 구조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는 문제다. 정부와 국회는 분명히 짚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이 법 위반의 책임을 입점 업체에 전가하지 못하도록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는지, 수수료 구조의 투명성은 확보되고 있는지, 과징금 이후 수수료 인상에 대한 사후 점검 장치는 존재하는지 말이다.
이번 논란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사건을 넘어, 쿠팡 플랫폼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입점업체들이 어떤 조건에서 사업을 지속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정부와 국회는 제재에 머물 것이 아니라, 플랫폼 안에서의 지속가능한 사업 구조와 동반성장의 기준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사)동반성장연구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