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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자동차결산①] 점유율 92%, 현대차·기아 독주는 왜 구조가 됐나

하이브리드 대세화·격자망처럼 채운 SUV 라인업·신차 사이클이 만든 격차 누적

노병우 기자 기자  2025.12.16 11: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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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몇 년간 국내 자동차시장은 눈에 띄는 변화를 겪었다. 경쟁이 사라진 것도, 새로운 강자가 등장한 것도 아니다. 대신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의 점유율이 '높아졌다'는 표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 즉 독주가 구조로 굳어지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2025년 1~11월 누적 기준 현대차는 국내에서 65만288대, 기아는 50만1199대를 판매했다. 합산 점유율은 92%다. 월별 실적에서도 큰 차이는 없다. 연초부터 줄곧 '현대차 50% 안팎, 기아 35~40%' 구도가 거의 고정적으로 유지됐다. 이 수치는 단순히 두 회사가 잘 팔았다는 의미를 넘어, 국내 자동차시장의 작동 방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국내 자동차시장을 단순화하면 흔히 '현대차·기아 vs 나머지 3사(르노코리아·KG 모빌리티·한국GM)'라는 구도로 설명된다. 그러나 최근 흐름을 보면 이 표현조차 정확하지 않다. 소비자 선택의 출발점 자체가 이미 현대차·기아 내부에서 형성되는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1월 실적만 봐도 현대차(6만1008대)와 기아(4만7256대)가 93.38%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나머지 3사의 판매량(7669대)은 합산해도 한 자릿수 비중(6.62%)에 머물렀다. 중요한 것은 이 격차가 특정 월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거의 모든 차급과 파워트레인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국산차를 고민하는 소비자들 대다수가 "현대차로 갈지, 기아로 갈지"를 먼저 고민하는 시장에 놓여 있는 셈이다.

현대차·기아 독주를 설명하는 첫 번째 요인은 하이브리드 시장의 급속한 확대다. 국내 승용차 수요는 전기차로 곧장 이동하기보다는, 내연기관과 전동화의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를 거치는 완만한 전환 흐름이 명확해졌다.

문제는 이 수요를 받아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제조사가 사실상 현대차·기아뿐이라는 점이다. 볼륨 차급 전반에 하이브리드 풀 라인업이 구축돼 있고, 최근에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더욱 정교해졌다.

하이브리드 선택지가 풍부하다는 것은 단순히 친환경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다. 연비, 유지비, 중고차 가치까지 고려하는 국내 소비자 특성상,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유무는 곧 구매 가능 여부로 직결된다.


두 번째 요인은 SUV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구조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이미 세단 중심에서 SUV·크로스오버 중심으로 이동했고, 현대차·기아는 이 변화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촘촘하게 대응했다.

소형 SUV부터 중형, 대형 SUV까지 차급 공백이 거의 없다. 여기에 전기 SUV까지 더해지면서 △예산 △차급 △파워트레인에 상관없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를 옮길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차종 수가 아니라 빠지는 구간이 없다는 안정감이다. 한 차급에서 선택이 막히면 다른 브랜드로 이동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현대차·기아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대안이 제시된다.

세 번째 요인은 신차 사이클의 속도와 누적 효과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몇 년간 주력 차종의 세대교체와 상품성 개선을 끊임없이 이어왔다. 완전변경, 부분변경, 연식변경이 촘촘하게 이어지며 판매 모멘텀이 끊기지 않았다.


이런 구조에서는 특정모델의 판매가 주춤하더라도, 다른 차종이 이를 보완한다. 독주가 유지되는 이유는 한두 개 히트 모델이 아니라 신차 사이클 자체가 끊이지 않는 구조에 있다.

현대차·기아 독주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경쟁의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브랜드 간 경쟁이 시장을 움직였다면, 이제는 같은 그룹 내에서의 경쟁이 가격·상품 전략을 결정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단기적으로 소비자는 선택지가 많은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독립 브랜드 간 경쟁이 약화된 시장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딜러망, 정비 인프라, 중고차 가치까지 현대차·기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 흐름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2025년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독주는 더 이상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하이브리드 중심의 수요 변화, SUV 위주의 시장 재편, 촘촘한 신차 사이클이 맞물리며 독주는 '결과'가 아니라 '구조'가 됐다.

이 구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전기차시장의 재확대, 새로운 글로벌 플레이어의 진입, 정책 환경 변화 등 변수는 남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를 위협하는 요소는 외부 경쟁보다는 시장 자체의 변화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본격화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쪽은 독주체제의 그늘에 놓인 나머지 브랜드들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