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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 행정 공백, 궁지로 내몰린 김포공항 영세업자들

운영자 선정 지연·반복된 입찰 유찰…공항 측 "12월31일까지 영업종료" 통보

노병우 기자 기자  2025.12.16 10: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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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김포국제공항 내 골프연습장을 둘러싼 운영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시설 내부에 입점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운영 계약 종료'와 '후속 사업자 선정 지연'이라는 행정 절차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공공기관의 판단 지연과 소극적 대응이 다수의 소상공인을 폐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

한국공항공사는 기존 골프연습장 운영 사업자와의 계약 종료 이후 새로운 운영자 선정을 진행 중이지만, 수개월째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김포국제공항 측이 기존 입점 업체들에게 "2025년 12월31일까지 영업종료 및 원상복구 후 철수"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운영 공백의 책임이 명확히 존재함에도, 그 부담이 고스란히 영세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입찰은 늦었고, 조건은 그대로

입점 업체들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의 행정 지연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골프연습장 임대차 계약해지는 지난 9월25일 이뤄졌지만, 첫 입찰 공고는 48일이 11월12일에 게시됐다. 이후 현재까지 총 네 차례 입찰이 진행됐으나 단 한 명의 응찰자도 나타나지 않아 모두 유찰됐다.


문제는 유찰 이후의 대응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예정 가격을 약 3% 인하하는데 그쳤고, 사업 구조나 투자 부담을 완화하는 실질적 조건 조정에는 소극적이었다는 게 입점 업체들의 주장이다. 김포국제공항이라는 입지 특성상 시설 투자 규모가 크고 운영 리스크가 높은데도, 입찰 조건은 사실상 기존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입점 업체 관계자들은 "반복된 유찰은 시장의 명확한 신호"라며 "조건이 비현실적인데도 형식적인 가격 인하만 반복한 것은 문제 해결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운영 공백' 책임은 누구

현재 골프연습장에는 △스크린골프 △피팅숍 △골프용품점 등 다수의 소상공인들이 '전차 업체' 형태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직접 운영사가 아니며, 한국공항공사와의 계약 관계에서도 가장 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한국공항공사는 운영사업자가 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차인이 철수하면 입점 업체도 동일하게 영업을 종료해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 공백을 만든 주체는 한국공항공사임에도, 그 결과에 대한 부담은 전차 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입점 업체들은 이를 두고 "행정 지연의 책임을 영세업자에게 전가하는 결정이고, 사실상 생계를 접으라는 통보와 다르지 않다"고 호소한다. 

특히 계약 해지 승인 이후 두 달 가까이 별다른 조치 없이 시간을 흘려보낸 점, 유찰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대안 없이 철수 시한만 제시한 점은 공공기관의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철수 요구→폐업 통보' 구조

문제의 심각성은 입점 업체들의 비용 구조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대부분의 업체는 소규모 자영업자로, 장비 설치와 인테리어 구축에 상당한 초기비용을 투입했다. 여기에 월 임대료와 관리비, 인건비, 재고 부담까지 더해지며 이미 고정비 구조가 형성돼 있다.

특히 골프연습장 특성상 설비 철거와 원상복구 비용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운영사 선정이 지연되는 동안 매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자금 회전은 막히며, 결국 영업종료 통보는 곧바로 폐업과 채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안 없는 일괄 철수 요구는 공공기관이 감당해야 할 행정 리스크를 가장 약한 고리에 전가하는 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기관의 행정 지연, 누구를 보호하는가

현재 입점 업체들은 △운영사 공백 기간 중 영업 지속을 위한 임시운영 방안 마련 △운영자 선정 지연에 대한 책임 인정과 보호 대책 수립 △현실적인 조건을 반영한 재입찰 △2025년 12월31일 일괄 철수 요구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특혜가 아니라 행정 지연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는 주장이다. 계약 관계상 약자인 전차 업체들이 공공기관의 판단 지연으로 생존위기에 몰리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이는 단순한 시설 운영 문제가 아니라 공공성 문제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김포국제공항 골프연습장 운영 공백 사태는 한 사업장의 계약 종료를 넘어 공공기관의 행정 속도와 책임성이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반복되는 유찰과 장기화되는 공백 속에서 한국공항공사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그 해법이 관리의 편의가 아닌 공공의 책임에 기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