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가 세계 3대 로봇 박람회인 일본 국제로봇전시회(IREX)에서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의 양산형 모델을 처음 공개했다. 모베드는 2026년 상반기부터 본격 판매될 예정이다.
지난 CES 2022에서 콘셉트 수준으로 등장했던 기술이 실제 판매 가능한 제품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단순한 신제품 소개가 아니라 현대차·기아의 로보틱스 사업이 상업화 단계로 공식 진입했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번 공개가 주목받는 큰 이유는 현대차·기아가 로봇을 미래 성장축의 한 부분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확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섀시 제어·배터리·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로봇 플랫폼으로 직접 확장하면서, 자동차 기업들이 주도하던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로봇 영역까지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지형 한계 뛰어넘는 주행 안정성
양산형 모베드(너비 74㎝, 길이 115㎝)는 기존 로봇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는 주행 안정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독립적으로 구동되는 네 개의 바퀴는 각각 동력·조향·자세 제어 기능을 수행하며, 이는 모베드가 지면의 높낮이가 불규칙한 환경에서도 차체의 균형을 스스로 조절하도록 한다.
경사면이나 요철은 물론, 최대 20㎝ 높이의 연석을 넘는 상황에서도 자세를 다시 맞추며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가는 모습은 일반적인 이동형 로봇이 갖는 지형적 제약을 사실상 제거했다는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이 모빌리티 기반 로봇은 플랫폼 상단에 모듈을 자유롭게 결합하거나 분리할 수 있는 마운트 구조를 갖춰 다양한 목적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사용자는 별도의 케이지나 개조 없이 필요한 장비를 쉽게 올려놓을 수 있고, 플랫폼 내부의 배터리와 제어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해 원하는 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다.
이는 단순 운반·이송 로봇을 넘어 산업·영상·물류·도시공간 운영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보여준다.
◆'베이직·프로' 라인업, 활용범위 구분
현대차·기아는 모베드를 베이직(Basic)과 프로(Pro) 두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해 활용범위를 명확히 구분했다. 연구기관이나 개발자에게는 자율주행 알고리즘 실험이 가능한 연구용 플랫폼을 제공하고, 산업 고객에게는 AI 알고리즘과 라이다·카메라 센서 기반의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상업용 모델을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프로 모델은 실내외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주행능력과 장애물 인지 기능을 갖춰 △배송 △순찰 △촬영 등 복잡한 환경에서의 이동을 전제로 개발됐다. 전용 리모트 컨트롤러는 3D 그래픽 UI 기반으로 구성돼 조작 난이도를 낮췄고, 기술적 이해도가 높지 않은 사용자도 손쉽게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대 속도 10㎞/h로 4시간의 주행시간과 47~57㎏ 수준의 적재능력은 실제 산업현장에서 즉각 활용 가능한 수준의 스펙이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모베드는 자동차 기업이 개발한 로봇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즉시 현장투입이 가능한 산업용 플랫폼"이라는 실질적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하나의 플랫폼→다중 산업 진출
현대차·기아는 이번 전시에서 단순한 기술 데모를 넘어 모베드의 용도 확대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전시장에는 물류 보조·실외 배송·방송 촬영·골프장 이동 등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모듈 시연이 함께 배치됐고, 모베드가 다양한 지형과 임무를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는 한 대의 로봇을 구매한 고객이 필요에 따라 전혀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플랫폼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모베드가 본질적으로 '1대 N역할'을 수행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부각한다.
이런 구조는 현대차·기아가 모베드를 새로운 B2B 시장 창출의 중심축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 분야별 니즈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모베드는 기존 이동형 로봇이 갖지 못했던 확장성으로 고객 범위를 빠르게 늘릴 가능성이 크다.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
현대차·기아가 모베드를 IREX에서 처음 양산 형태로 공개한 것은 로보틱스 전략의 분기점으로 볼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꾸준히 투자해온 로봇 기술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상업 제품으로 이어졌고, 이는 향후 로봇사업이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에 들어설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전자제어 기술, 배터리 시스템 기술, 자율주행 알고리즘 등이 모베드라는 로봇 플랫폼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은 현대차·기아만의 차별화를 형성한다. 전 세계 로봇시장이 AI 기반 자율주행 로봇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흐름을 감안하면, 현대차·기아는 '차량 기술 기반 로봇'이라는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가는 셈이다.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상무는 "모베드는 단순한 이동 플랫폼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차세대 모빌리티 솔루션이다"라며 "이번 모델 공개를 통해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로봇시장이 한 단계 변곡점을 맞고 있는 지금, 모베드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미래 산업 생태계 안에서 모빌리티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로봇시장을 재정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