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치킨 가격은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는 일명 '슈링크플레이션'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외식업계 최초로 치킨 중량 표시제를 도입하며 가격 투명성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식품부·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는 2일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을 합동 발표하고 외식·가공식품 전반에 걸친 규율 강화에 나섰다.
새 조치에 따라 치킨 전문점은 메뉴판·앱·온라인 주문 페이지에 가격과 함께 닭고기 조리 전 총중량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g단위 표기를 원칙으로 하되, 한 마리 단위 조리 관행을 고려해 '10호(951~1050g)'처럼 호 단위 표기도 허용된다.
배달·포장 주문도 동일 기준이 적용된다. 그동안 외식업에는 중량표시제가 없어 소비자가 g당 가격을 정확히 비교하기 어려웠고, 최근 교촌치킨의 부위 변경·중량 축소 논란이 여론을 촉발했다.
적용 대상은 BHC·BBQ·교촌·처갓집·굽네·페리카나·네네치킨·멕시카나·지코바·호식이두마리 등 10대 가맹본부와 소속 가맹점 약 1만2560곳이다. 전체 치킨 전문점(5만여곳)의 4분의 1 규모다.
제도는 오는 15일부터 시행되며, 내년 6월 말까지는 처분 없이 계도 중심으로 운영한다. 이후에는 시정명령과 반복 위반 시 영업정지 등 강력 제재가 뒤따른다.
가격을 인상하거나 중량을 줄인 경우 '650g→550g, g당 가격 일부 인상' 등 변동 고지를 권고하되 이는 의무가 아닌 자율 영역으로 남겼다.
대신 소비자단체협의회가 표본 구매를 통해 중량·가격 정보를 공개하고, '용량 꼼수 제보센터'를 운영해 누락·허위 표시를 감시하도록 정부가 지원한다. 위반이 확인될 경우 공정위·식약처가 즉시 조사에 나선다.
가공식품 부문의 단위가격 인상 규율도 강화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제조사 19곳·유통사 8곳의 제품 정보를 분석해 중량을 5% 넘게 줄이고도 3개월 이상 고지하지 않은 사례를 모니터링 중이며, 내년부터는 단순 시정명령이 아닌 '품목 제조정지 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재 수위를 높인다.
단위가격 인상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경우 일정 기간 생산 자체가 금지되는 셈이다.
정부는 외식업계에 중량표시제가 처음 도입된 만큼 소비자의 체감 가격 인식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가격 변동 고지가 의무가 아니라는 점, 가공식품은 구성·성분이 변경될 경우 단위가격 인상 여부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은 제도의 한계로 지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상 가맹점 상당수가 영세 사업자라는 점을 감안했다"면서도 "중량 표기 문화가 자리 잡으면 업계 전반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