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HD현대중공업(329180)·한화오션(042660)으로 구성된 K-조선 '원팀'이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더 이상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폴란드 사업의 7배가 넘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총력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최근 폴란드 정부는 잠수함 공급사로 스웨덴 사브를 택했다. 폴란드는 '오르카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3000톤급 신형 잠수함 3척을 도입해 발트해 방어력을 강화할 계획이었다. 사업 규모는 잠수함 건조와 유지·보수·운영(MRO)을 포함하면 최대 8조원에 달한다.
앞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국가대항전 성격이 강한 글로벌 수주를 위해 방위사업청(방사청) 중재 아래 원팀 구성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함정 수출 사업 참여시 정부와 함정업계가 원팀을 구성하고 상대적 강점이 있는 분야인 HD현대중공업이 수상함 수출 사업을, 한화오션이 잠수함 수출 사업을 주관하며 상대 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런 원팀 구성으로 K-조선은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한화오션은 수주전에서 디젤 추진 잠수함으로는 최고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3600톤급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을 제안했다. 해당 잠수함은 최대 10개의 수직발사관(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차세대 국산 잠수함이다.
정부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폴란드에 우리 해군의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SS-061)을 무상 양도하는 등 수주 지원을 지속했으나, 끝내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주된 이유로는 '바이 유러피언' 정책이 꼽힌다. 현재 유럽연합(EU)에서는 '바이 아메리칸'에 맞서 유럽산을 우선 구매하자는 정책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회원국 내 방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부 거래를 강화하는 것이다.
내년 최종 사업자 발표가 계획된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도 이런 양상이 예상되는 만큼,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캐나다는 2030년 중반 도태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4척)의 대체 전력으로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발주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잠수함 계약비용(최대 20조원)과 향후 30년간 MRO 비용까지 합하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한다. 한국 업체들이 이를 따내게 되면 단일 방산 수출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원팀 컨소시엄'은 이번 사업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함께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올랐다.
캐나다는 내년 3월 초까지 한국과 독일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뒤 5월 최종 사업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문제는 캐나다와 독일이 나토(NATO) 가입국이고, TKMS가 잠수함 전문조선소로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수주 측면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인데, 업계와 정부가 협력해 대응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신경전도 마무리 지어야 보다 확실한 원팀으로 거듭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사업 탈락으로 캐나다 사업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면서 "캐나다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만큼, 정부와 업체가 손잡고 이에 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