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제부터 남도의 국도변에는 청보리밭이 푸른 물을 들인다..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키를 키우는 보리. 겨우내 얼어붙은 땅 속에 숨죽이고 있던 보리는 4월이면 사람 허리높이까지 이를 만큼 자란다.
전남은 우리나라 토종보리의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이다. 붉은 황토와 짙푸른 보리밭의 조화. 그 위로 쏟아지는 4월의 햇살은 유럽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 청보리밭 지나 대나무 숲 속으로
남도 끝자락에서 멀지 않은 담양은 사철 따스한 기후 때문에 대나무가 잘 자라는 지방이었다. 지금도 이 지역은 우리나라 최대의 대나무 산지를 이룬다.
담양의 대밭은 그렇게 넓고 대나무도 크다. 그렇지만 먼 길 달려 담양까지 간 사람들도 죽은 대나무로 만든 죽물 가게만 들여다보고 돌아오기 일쑤다. 한국죽물박물관 등 읍내에 만들어놓은 시설이 시선을 끌기 때문이다.
또 읍내 곳곳에 판을 벌인 죽물가게에서 기념품 하나 덩그렇게 사들고 와 결국 집안의 애물단지로 만들기도 한다. 담양엘 갔으면 살아있는 대나무, 그 곧게 뻗은 대나무밭을 걸어보아야 한다.
담양에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대나무 밭이 있다. 물론 개인 땅이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야 한다. 성인 2000원. 인근 공터에 주차하는 요금은 따로 없다.
◆ 어른 팔뚝 굵기 탐스런 대나무
사진작가 신복진 씨가 30여 년 전 땅을 사들여 조성한 대나무 밭으로 지금은 ‘대나무골 테마공원’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다. 이 공원의 넓이는 약 3만여 평. 남도 특유의 야트막한 구릉에 조성된 대밭이다.
한 낮에도 대나무밭 가운데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마치 저녁 무렵처럼 어둑하다. 빼곡이 들어찬 대나무 한그루 한그루는 모두 어른 팔뚝만큼 굵고 탐스럽다.
굵은 대나무가 자랐던 곳은 베어내도 똑같은 굵기의 대나무가 자란다고 한다. 대나무골 테마파크는 당초 굵은 대나무로 조성한 곳이었을 게다.
대나무골 테마파크에는 대숲 산책로가 2개의 코스로 마련돼 있고 대숲이 끝나는 곳부터는 솔숲 산책로가 이어진다. 숲길을 걷다보면 3만평이란 넓이가 실제보다 훨씬 커 보인다.
까마득하게 치솟은 대나무 꼭대기에서 튕겨 흘러내리는 햇살에 취하고 ‘샤르륵 샤르륵’ 소리내며 숲을 훑어 내리는 바람소리에 취하기 때문일 것이다.
◆ 메타세콰이어와 호남 3대 산성
대나무골 테마파크에서 나와 금성면 금성산성으로 가는 24번 국도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이 조성돼 있다. 담양읍내에서 약 5km의 왕복2차선 국도에 1천500여 그루의 메타세콰이어를 심어 보존한 것이다.
메타세콰이어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은 아니지만 곧고 높게 자라는 모양이 아름다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가을 저녁 무렵이면 황금색으로 물든 잎이 환상적이다.
메타세콰이어길을 따라 계속가면 담양과 순창의 경계를 이루는 금성산성에 닿는다. 금성산성은 24번 국도에서도 멀리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른 산성에 비해 워낙 높은 데다 깎아지른 듯한 성벽으로 우리나라 트레커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곳이다.
금성산성은 담양군 산성산(603m)에 조성된 산성으로 전라북도 무주의 적상산성, 장성의 입압산성과 함께 호남의 3대 산성으로 꼽힌다.
◆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광주까지 간 뒤 동광주나들목 못미처 88고속도로 분기점에서 대구방향으로 간다. 분기점에서 첫 번째 만나는 나들목이 바로 담양이다. 담양읍내에서 순창방면 24번 국도로 들어서서 15분쯤 달리면 작은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대나무골 테마공원’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금성산성은 대나무골 테마공원에서 순창쪽으로 더 가다 담양온천단지로 좌회전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 먹을거리
대나무 고을에 갔으니 대나무통에 지은 밥을 먹어보아야 한다. 담양에서는 굵은 대나무통에 쌀을 안쳐 밥을 짓는 식당이 많다. 이 가운데 읍내 사람들이 추천하는 곳은 담양에서 백양사 가는 국도변 화방교 인근에 있는 ‘한상근대통밥’(061-383-9779)이다. 이 식당에서 차려내는 대통밥은 밥 한그릇 양이 충분히 될 만큼 푸짐한데다 밑반찬도 깔끔해 관광객들이 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