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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기' 완성차 3사, 끝없이 초라해지는 국내 입지

내수 축소·브랜드 약화·미래차 전환 지연…산업 한 축의 붕괴 신호

노병우 기자 기자  2025.11.04 1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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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완성차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 온 △한국GM △르노코리아 △KG 모빌리티 국내 중견 3사(이하 3사)가 각기 다른 이유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월 실적이 공개된 이후 내수판매 급감과 특정 모델 의존 현상이 두드러지며 이들 기업의 구조적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시장점유율은 줄고, 브랜드 영향력은 희미해지면서 국내 입지는 끝없이 축소되고 있다.

3사는 수요 기반이 약화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브랜드·모델 경쟁력을 상실한 채 전동화 전환이라는 거대한 산업 변화에도 힘겹게 대응 중이다. 내수 기반이 흔들릴수록 수출 의존도가 커지고, 이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들은 단순한 부진을 넘어 '한국 완성차산업 내 존재감' 자체가 흔들리는 국면에 서 있다.

◆한국GM, 내수는 붕괴·수출마저 둔화

한국GM은 10월 한 달간 3만963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20.8% 감소했다. 특히 내수는 1194대에 그쳐 39.5% 급감했다. 사실상 내수 경쟁력을 상실하고 '수출 전용 거점'으로만 기능하는 모습이지만, 지난달에는 수출마저도 20.8% 줄며 성장 동력마저 꺾였다.

대표 차종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해외판매가 둔화되며 수출 주도형 구조의 한계가 드러났고, 내수시장에서도 신차효과가 약해 전체 실적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


모델별로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959대(-36.7%) △트레일블레이저 181대(-40.8%) △트래버스 4대(-95.2%) △타호 11대(-21.4%) △콜로라도 14대(-48.1%)가 판매됐다. 수출 역시 트레일블레이저(-22.2%), 트랙스 크로스오버(-18.7%) 모두 부진했다.

결국 한국GM은 국내시장 점유율 회복과 브랜드 정체성 재정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쉐보레' 브랜드의 존재감이 내수에서 사라진 지금, 수출 실적마저 흔들린다면 '국내 완성차'로서의 의미는 더욱 옅어질 수밖에 없다.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편중 구조

르노코리아는 과거와 비교해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장의 중심이 단 하나의 모델에 집중돼 있다. 10월 내수판매는 3810대로 전년 대비 72.7% 급증했으나, 이는 전적으로 그랑 콜레오스의 효과다.


문제는 이 한 개 모델이 전체 내수 판매의 77%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다른 모델들은 판매가 대부분 급감했다. SM6 16대(-44.4%), QM6 391대(-44.6%), 아르카나 447대(-19.3%), 세닉 22대, 마스터는 0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극도로 편중된 판매구조는 장기적으로 위험하다. 전동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라인업 다변화가 지연되고 있어, 르노코리아가 국내시장 내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일 히트 모델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의 회복은 구조적 전환이 아니라 일시적 착시에 가깝다.

◆KG 모빌리티, 다양한 라인업 '존재감' 미비

KG 모빌리티는 3사 중 가장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은 '한 방'이 부족하다.  현재 KG 모빌리티는 △티볼리 △코란도 △코란도 EV △토레스 △토레스 EVX △액티언 △렉스턴 △무쏘 EV △무쏘 스포츠 등 다양한 모델을 보유하지만, 시장을 주도할 대표 차종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이들의 10월 내수판매는 3537대에 그치며 전년 대비 16.3% 감소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수출(5980대)의 경우에는 18% 증가했다. 전체 판매량은 9517대로 전년 동월 대비 1% 늘었는데, 이는 내수부진을 수출로 간신히 상쇄한 결과에 불과하다.

즉, 수출 의존이 심화될수록 내수 브랜드 충성도는 약화되고, 결국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수 기반 약화→산업 체력 저하로 직결

3사 모두 공통된 위기 요인을 안고 있다. 먼저, 내수판매 기반의 붕괴다. 특정모델에 실적이 집중되거나 판매가 급감하며,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됐다. 다음으로는 모델 경쟁력 부재다. 신차 개발 속도가 느리고 히트작이 부재해 라인업 다양성이 떨어진다.

세 번째는 비용 압박이다. 전동화 대응, 품질 개선, 연구개발 등 미래 투자가 늘며 비용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출 중심 성장의 불안정성이다. 글로벌 통상 리스크와 관세 불확실성이 커지면,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결국 국내 시장에서의 약세는 산업생태계 전반의 체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3사의 현재 상황은 단순한 판매부진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경고음이다. 내수 약화→모델 경쟁력 저하→투자 여력 축소→시장 입지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뚜렷하다. 이를 끊기 위해서는 브랜드 재정비, 신차 개발 가속화 등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이들 기업은 '국내 완성차'라는 이름은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영향력은 빠르게 퇴색하고 있다"며 "내수시장의 존재감 회복 없이는 어떤 수출 전략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완성차산업의 한 축으로서, 이들이 다시 '국내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결국 생존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시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