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한국재벌의 형성은 다음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국내산업 부흥단계에 들어선 정부와 외원 당국은 그들이 적극적인 목적의식에 의해서든지, 아니면 무의식적이었든지 간에 초기 경제건설과정에서 부자연한 기업소득 수준앙진(昻進)을 제도상으로 인정하였던 것 이다.
그 동기가 민간자본축적을 돕는 방법으로서 기존자본의 결여와 국민소득 저율로 인한 수요확대책의 곤란성 등을 파악함으로써 자본의 공급 면에서 적극적이고 특혜적인 정책을 수립했었으리라고 이해하고 싶다.
또 자본의 공급 면을 통한 방법에도 좀 더 자발적인 방법 즉 생활증가로서 소득향상을 기하고, 그 소득의 저축성향을 향상케 하고 그 저축의 형태에 있어서 양성적이고 재생산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너무 등한시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유효수요의 확대를 위한 시장규모확대와 소비성향 지도에도 소홀했으며 유통질서의 안정성을 기함으로써 저축보수의 정당성을 부여치 못한 점에서 중소자본은 음성화하고 퇴장 화하여 유통질서에 혼란을 초래했으며 이 자금은 토지, 건물, 귀금속, 달러 등에 투자 퇴장되었던 사실은(현재도 증가일로에 있다) 산업자본 조성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했다.
그 반면 정부는 산업자본 형성의 길을 전적으로 행정력을 통한 자본축적의 길에 전념했다.
즉 강제저축 조세증가를 국내시책의 중점으로 삼았으며, 다음에는 특혜적 자본육성책 즉 특별융자, 특혜환율에 의한 달러화 불하, 특혜배급 등으로써 소수특정인에 대한 자본공급을 하였고 또한 이 자본아래서 이루어지는 모든 기업이 기업경영 보수가 아닌 특혜적인 고율소득을 독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둘째는 재정투융자와 병행하여 해방 후 한국산업자본의 유일한 공급원이었던 외원(外援)에 의한 외자도입에 있어 국내행정력을 통한 동일한 방법과 이념에 의하여 소수 특정인에게 투입되었던 것이다.
방법 여하를 막론하고 무자본 상태에 처했던 한국의 산업경제에 있어서 상당한 자본이 정부와 외원에 의하여 투입되었다는 사실은 그 당시의 한국 실정으로 보아 어느 정도 정당한 일이었고, 그 자본이 작용하여 경제성장도 얼마만큼 이루어졌다는 면에서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자본투입이 가장 효과적이었느냐 하는 경제적 비판과 사회적 비판은 어디까지나 논의와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말미에 검토해 보기로 하고 이러한 방법으로 투입된 자본을 바탕으로 한 극히 고율적인 소득으로 이루어진 자본이 여하한 방면에, 여하히 작용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일 것이며 이 논제를 한국재벌의 생리에 둔 이유도 이 점에서였다.
즉, 자발적인 자본축적에 있어서 특히 후진국의 자본축적은 고수준 소득이 그 투자유인(投資誘引)의 동력이 되는 길이며, 모든 선진국의 경제적 초기단계에서는 고이윤을 유지케 했던 것이고, 한국의 경우에도 그 방향에 있어서는 정당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국가산업의 정상적 향상을 기할 예비기간에 국한될 문제이고 또 고이윤으로 축적된 자본이 자발적으로 유효수요와 시장규모를 확대해 가면서 정상적인 산업구조 형성을 할 수 있을 지경까지의 모든 자율적인 발전을 이룩할 사명아래에서 이루어진 특혜적인 조치여야 한다고 본다.
만약 이와 반대로 그 축적자본이 특혜목적에 위반되거나 항구적인 경제성장과 배치되는 투자와 유통과정에 오입(誤入)될 경우에는 후진경제국가에 있어서의 태반의 지도책임을 져야 할 정부나 금융기관이 그 책임을 거듭 추궁 받아야 함은 물론이고 해당자본가 재벌은 자체발전을 위한 자아비판과 국가나 사회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의 기성재벌의 생태(生態)가 과연 정상적 발전을 하고 있는가를 분석하여 보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한국 재벌의 형성과정을 한국경제구조와 그 생리와 발전과정에 있어서의 개별적 현상을 들어 분석해 보고자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