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25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부동산 업계 관심사는 단연 '주택공급 정책'이다. 이재명 정부가 9.7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공급 절벽 해소에 나섰지만, 정책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핵심 정책 실행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여전히 각종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자칫 정책 추진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재명 정부 '9·7 부동산 대책'은 주택 공급 주도권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중심으로 재편하는 게 핵심이다. 민간에 택지를 매각해 공급을 위탁하는 기본 구조에서 벗어나 LH가 직접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호를 포함한 전국 270만호 공급을 추진한다. 이는 공급을 인허가 중심에서 실제 착공 기준으로 전환해 속도와 실질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LH는 공공택지 개발뿐만 아니라 △도심 유휴부지 △노후 공공임대주택 △ 공공기관 부지 등을 활용한 직접 개발‧분양 사업을 확대한다. 공공분양과 공공임대 혼합형 단지 조성을 통해 다양한 계층 주거 수요를 흡수하고 '공급 지연' 주요 원인인 민간 의존도를 줄여 공급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LH 주도 공급 정책 배경으로는 민간 중심 공급체계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안정적 공급 속도를 확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민간 사업은 경기 변동과 분양가 규제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착공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토지 확보부터 인허가‧시공‧분양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LH를 핵심 실행 주체로 지정해 공급 예측 가능성과 속도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인허가 중심이 아닌 '착공 중심 공급체계' 전환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나아가 시장 수익성 논리에 따른 편중을 완화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목적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실제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이 결합된 복합형 단지 조성, 도심 유휴부지 활용, 노후 공공자산 재정비 등은 LH가 아니면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 구조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공공이 직접 주택 품질과 분양 형평성을 관리하고, 장기적으로는 경기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공급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문제는 현재 LH가 △재정 부담 △조직 경직성 △리더십 공백이라는 '삼중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무려 170조원 규모 부채에 이자비용까지 늘어나면서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실적 중심 행정이 고착화된 동시에 '사장 공백'까지 겹치며 정책 추진력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부채 170조‧부채비율 400% "공급 확대가 곧 재정 리스크"
사실 9·7 부동산 대책 '핵심 실행기관' LH 재무구조는 이미 한계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2024년 기준 LH 부채 규모는 약 170조원, 부채비율은 400%를 넘어섰다. 공기업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과거에는 LH가 조성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매각 수익으로 재투자를 이어간 바 있다. 하지만 9·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직접 개발과 분양을 수행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재정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책 실행 과정에서 사업비 조달과 금융비용을 LH가 스스로 부담해야 해 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여기에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 발행이나 차입이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사업 특성상 수익성이 낮은 지역이나 임대 비중이 높은 단지가 포함된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공공성 확보'라는 명분 아래 비수익성 사업이 늘어나면 LH 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자산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 재정에 부담이 전이될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특히 시장 침체기에는 분양 실적 부진에 따라 현금 유입이 막히면서 LH 유동성 위험이 가시화될 수 있다.
즉 LH 부채 문제는 공공주도 공급정책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가 LH 중심으로 대규모 공급을 밀어붙인다면 재무 건전성 악화와 공급 안정성 간 균형을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LH가 정부 정책 실행기관이자 최대 채무기관이 되는 구조에서는 공급 확대가 곧 재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공공재정과 사업 효율성을 병행하는 이중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한다.
◆"착공률이 곧 실적" 질보다 양 앞세운 행정 후유증
"공급 효율성은 높지만, 수요 반영력은 떨어진다."
LH 중심 공급 정책의 또 다른 리스크로는 LH 특유 단기 실적 중심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점이다.
LH는 오랜 기간 정부 주택공급 실적 달성을 위한 핵심 기관으로 기능하고 있지만, 착공률‧준공률‧공급 호수 등 단기 실적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 품질, 입지 적정성, 입주율 등 질적 성과는 뒷전으로 밀리고 공급 속도와 규모를 맞추는 게 조직 최우선 과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LH는 단기 목표 달성을 위해 공급이 빠른 사업과 소형평형 위주 설계에 집중했다. 착공 실적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드는 소형 평형이 우선 공급되면서 실제 수요층이 원하는 중형 이상 평형은 부족해졌다. 그 결과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가 심화되고, 지역별로는 인프라와 교통이 부족한 외곽 지역 위주 개발이 늘어났다.
이런 단기 실적 중심 행정 부작용은 '공공임대 공실률 사상 첫 5% 돌파'라는 수치로 드러났다. 이는 실질적 주거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채 물량 중심으로 추진된 공급 정책 결과다. 소형평형 과잉 공급으로 입주 수요가 외면한 단지가 늘었으며, 준공 이후에도 장기 공실이 발생하는 등 사업 효율성과 공공성 모두가 떨어졌다.
결국 LH '단기 실적 중심 행정'은 공공주택 정책 목적과 공공성 강화라는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공급량 확대는 단기 성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과 미활용 자산 증가로 이어진다.
정부가 LH 중심 공급체계를 지속하기 위해선 양적 성과에서 벗어나 입주율‧거주 만족도 중심 질적 평가체계 전환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단일형‧효율 중심 공급이 수요 다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공공임대 본래 기능이 약화됐다"라며 "정책 목표가 물량 확보에서 주거 품질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이외에도 조직 리더십 공백도 심각하다.
이한준 LH 사장이 지난 8월 사의를 표명했지만, 정부가 사표 수리 결정을 미루면서 기관 운영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 의사결정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더군다나 △전국 공공택지 개발 △신도시 조성 △공공임대 공급 등 대규모 사업 추진을 앞둔 만큼 사장 공석 상태가 길어지면 사업 속도 조정이나 내부 인사‧투자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9·7 대책'으로 공급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리더십 부재는 정책 집행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LH가 정책 핵심 축인 만큼 리더십 공백이 길어질수록 주택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LH 수장 공백은 정부 주택공급 정책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주도형 공급체계가 본격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조속한 후임 인선과 조직 안정화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